코로나19, 험난한 숲도 소방안전에 연결된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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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숲도 소방안전에 연결된 길이 있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9.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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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소방서장 백승기

 

잠깐 하는 일이 아니고 오랫동안 그 일을 하려 한다면 그 일을 열심히만 하려고 하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려고 하세요. 쉬지 않고 열심히만 하려고 들면 내 페이스를 잃어버려 결국 그 일을 오래 하지 못하게 됩니다.
‘혜민 스님-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中’ 

코로나19 감염증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생활 제약에 따른 극도의 불안감과 피로감을 느끼며 지쳐가고 있다. 
그 순간 책장에 꽂힌 혜민스님의 책이 눈에 띄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항상 지치고 힘들 때 마음의 평온을 준 책으로 기억이 떠올라 펼쳐보았다. 그 중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있어 발췌를 해본다.
서울시는 ‘천만 멈춘 주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증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산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도시가 멈추는 일은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감수하면서도 생명권과 이보다 더 큰 위기를 잠식시키기 위한 행정조치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위기의식을 갖고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생활공간의 제약에 따른 소통의 부재로 불안감과 분노가 유발돼 과민한 신경성 질환으로 극단적인 선택 순간까지 이를 수 있지만, 위기는 이 불안감과 분노를 흡수해 세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위기 분위기가 고조되는 환경을 개선하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라는 공간에서 즐기던 풍선을 축소해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 온 것으로 편안한 공간에서 충분한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면 축대를 세우고 광풍을 막을 수 있는 대비를 하는 것이 나만의 울타리를 지키고 꿈에 여백을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다. 
지금까지 바쁜 일상에 지쳐있었다면 지금 아니면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익숙해지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대면 일상이 정착되고 나름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 익숙해지는 순간에도 소방은 쉼없이 달리고 있다. 
화재·구조·구급, 생활안전 등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거리두기는 있을 수 없다. 
소방은 어떠한 위기 상황에도 24시간 경광등이 꺼지지 않았다. 
극한 위기 상황일수록 그 불빛은 더욱 빛났다. 
초시계의 버튼을 딸깍 눌러 시간이 멈춘 순간에도 거리의 정적을 깨고 소방 싸이렌은 울려 퍼졌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증에 맞서 현장에서 거친 숨을 내쉬고 이송업무를 전담했으며 뜨거운 화염에도 물러서지 않고 오직 국민만의 안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생활이 멈춘다고 안전 역시 멈추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일상에 안전을 더하기 위해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하는 소방에 대면은 불가피하다. 
다만,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 직원들의 발열체크, 청사 및 차량 소독을 철저히 준수하고 방호복 착용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비대면 안전교육·훈련을 통해 안전의식을 높이고 ‘화재생존 자가진단 프로그램’으로 화재 유형별 안전도 진단과 생존능력을 향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화재로 인해 다수인명피해가 우려되거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소방공무원이 방문해 비대면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조치사항이 필요한 경우 관계인만 참관해 시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국민이 안심하고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조잘거리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마스크 안으로 감춰지고 불안한 눈동자를 본 적이 있다면 그들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서 잠시 멈추고 마음속에 가려졌던 시간을 찾아보는 거리두기를 실천해 위기를 극복해보자. 
소방 역시 생명수호와 재산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대면을 제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에 동참해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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