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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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좋은 나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9.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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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얼마 전 칼럼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좋은 나라’(전북연합신문, 2020년 8월 5일)를 썼다. 
‘내란 수괴 전두환’이 5·18광주민중항쟁으로 피붙이를 잃은 수많은 유족들의 피눈물 맺힌 한(恨)을 나 몰라라 한 채 골프를 치는가 하면 12·12 쿠데타 주역들과 회식도 하는 등 활개치며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너무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 칼럼의 요지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공산당과 손잡은 좌파 빨갱이들이 기획한 탄핵”이라 외쳐댄 소위 태극기 부대가 기승을 부려도 되는 나라임을 적시하기도 한 칼럼이다. 
이제 보니 다시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좋은 나라이다. 교회 목사라는 사람(전광훈, 이하 전씨)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을 화나게 해도 무사한 나라여서다.
많은 교회들이 종교의 자유를 내세우며 대면 예배 강행 등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지만, 전씨는 그것과 다른 짓거리로 왕짜증이다. 
전씨가 쏟아내는 말들이 그렇다. 가령 대통령을 그냥 ‘문재인’도 아니고 ‘이 x’, ‘저 x’하는 건 기본이고,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따위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이 간첩으로 의심된다”는 막말에 이어 야당에서나 주장할 법한 ‘정권 퇴진’, ‘대통령 하야’를 외쳐댔다.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그리스도의 복음(福音)을 전하는 목사가 할 말은 아닌 걸로 보인다. 일반인들로 하여금 기독교를 더 멀리하게 하는 악재(惡材)라 할 수 있다.
교인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2019년 7월 8~10일 개신교인 1,000명과 비개신교인 1,000명 등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월 30일 발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한국일보, 2019년 10월 31일)가 그걸 말해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씨의 언행에 사실상 동의를 나타낸 교인은 13.4%에 그쳤다.
이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전씨의 언행에 대해 개신교인 64.2%는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교회와 기독교가 폐쇄적이고 일부 독단적으로 비칠 것 같아서 우려된다’(22.2%), ‘전광훈 목사의 주장에 동의한다’(10.1%), ‘한국사회가 좌경화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기에 적극 지지한다’(3.3%) 순으로 답했다.
또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79.5%는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찬성률은 5.2%에 그쳤다. ‘태극기부대 집회에 기독교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74.4%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냈고, 7.5%만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설문분석에 참여한 이상철 한신대학교 교수는 “대다수의 개신교인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공장의 의견을 기울이며 개신교 목회자들의 극단적 극우 행보에 반감을 보인다”며 “하지만 사회가 양극화 할수록 일부 극우성향의 교인들이 운신할 폭이 넓어지고 득세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전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집회에선 “5·16으로 나라 바로 세운 군대가 문재인을 체포하라”는 등 그야말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해댔다. 
“집회 나오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궤변을 늘어놓더니 심지어 “자신의 교회가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며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소릴 지껄여대기도 했다.
전씨는 입원한 지 일주일만인 8월 24일,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해있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진행한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전화 통화로 “문재인 대통령과 주사파들이 한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교회를 제거하려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야말로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이들은 “건국 후 70년 동안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해 1국가 2체제를 거쳐서 결국 북한으로 가려는 목적으로 살아왔다”며 “최대 저항 세력이 교회인데, 한국 교회를 이대로 둬서는 목적지에 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핍박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상식이 있는 국민으로선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를 말을 내뱉기도 했다.
2일 퇴원해서도 “저는 정치가·사회운동가가 아니라 한국 교회를 이끄는 선지자 중 하나”라며 “한 달은 지켜보겠지만, 문 대통령이 국가 부정, 거짓 평화통일로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계속하면 한 달 뒤부터는 목숨을 던지겠다. 저는 순교할 각오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성스러운 ‘순교’라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게 볼썽사납지만, 7일 전씨는 보석취소로 다시 구속·수감됐다.
마침 전씨는 이미 교계로부터 이단으로 내몰려 있는 처지다. 
이단 지정은 개신교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최고의 징벌로 알려졌는데, 그만큼 목사인 전씨의 일탈이 도를 넘었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은 국민의 품격이나 삶의 질과 상관없이 민주주의가 너무 잘된 나라인 것 같다. 
다시는 전씨 같은 이들이 설쳐대는, 너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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