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재수감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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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재수감을 보며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11.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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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11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서울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징역 17년과 함께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 8,000여 만원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재수감이다. 

이번 수감은 지난 2월 25일 서울고법의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251일 만이다. 그리고 2018년 3월 22일 수감된 지 2년 7개월 남짓만에 감방생활이 다시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MB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 없이 짙은 선팅으로 가려진 승용차를 타고 구치소로 향했다. 
소송을 담당한 강훈 변호사를 통해 “수형 생활을 잘하고 오겠다. 나는 구속할 수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는 믿음으로 이겨내겠다”는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과는 커녕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는 이상한 말만 남기고 다시 감옥으로 간 것이다.
이로써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가 다투던 때 불거져 10년 넘게 끌어온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은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다스의 실소유주인 MB는 회사 돈 349억 원을 횡령했다. 또한 다스의 실소유주가 MB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조성된 비자금과 법인 카드 사용액도 횡령으로 간주했다.
삼성전자가 다스의 소송 비용 약 119억 원을 대신 내주었는데, MB는 이를 포함해 약 163억 원의 뇌물도 받았다. 
삼성전자가 부담한 소송비용은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위한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에서 넘어온 특수활동비 4억 원은 국고 손실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전달한 10만 달러도 뇌물로 간주했다.
당시 검찰이나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로 한 사상 초유의 특검 수사조차 잘못된 것임이 드러난 대법원 판결이라 하겠다. 
정리하자면 MB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해서 돈을 챙기고, 대재벌의 편의를 봐주고 뇌물 받은 죄를 지은 전직 대통령이라 할 수 있다. MB는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부정부패로 감옥에 간 3번째 전 대통령이 됐다.
2018년 구속때부터 MB를 비롯한 소위 친이계 인사들은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운운하는 모양이지만, 참으로 후안무치한 주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에 든 MB의 범죄 내용이 정권에 의해 조작된 것이란 말인가? 대법원이 박근혜 대통령 시절처럼 정권에 의해 놀아나기라도 한단 말인가?
MB는 당장 일부 언론에서 ‘이명박씨’로 부르는 등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당했는데, ‘또 구속된 전직 대통령’(전북연합신문, 2018년 3월 29일)이란 글에서 이미 말한 바 있듯 불현듯 궁금해 죽겠는 한 가지가 있다. 
MB는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는가 하는 의문이다. MB의 대통령 당선이야 경제 살리기에 목마른, 이럴 줄 전혀 몰랐던 눈먼 유권자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MB가 한 일들은 이게 실화냐 반문하게 할 정도다. 가령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노벨평화상 취소를 위해 세금을 썼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의 댓글부대 여론조작,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방송장악 등이 검찰 조사에서 사실로 이미 드러난 바 있기도 하다.
애들 말로 쪽팔려 죽겠는 건 MB가 ‘사익을 위해 이토록 낯뜨겁게 기업으로부터 삥을 뜯은’(한국일보, 2018년 3월 16일)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또 MB의 범죄는 이른바 ‘인마이 포켓’형(자기 재산 이득을 노린 범죄)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대통령 재임시 월급조차 받지 않았던 MB 아닌가?
그랬던 MB가 저지른 범죄라곤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대통령으로서의 범죄가 유독 돈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워 미칠 지경이다. 
MB는 대한민국 최초의 사업가 출신 대통령이란 역사를 새로 썼다. 혹 사업가 출신 대통령이라 그렇게 잇속에 집착한 게 아닐까 생각해보아도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MB는, 이를테면 ‘대통령감’이 아니었던 사람인 셈이다.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나는 사업가들의 정치 입문에 반대하는 사람중 하나다. 
최근 보도된 국회의원 사례에서 보듯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보존하고 키우려고 정치를 방패막이로 삼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이 되든 국회의원을 하든 속된 말로 장삿꾼일 뿐인 속성을 벗어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아무튼 구속 집행정지로 풀려나 혹 무슨 반전이 있을까 여지를 주었던 전직 대통령 재수감은 착잡함을 안겨준다. 국민들에게 상처를 덧나게 한 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그렇다. 
MB뿐 아니라 많은 정치인들이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면서도 그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 걸 도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누가 시원한 답 좀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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