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엄마 배우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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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엄마 배우 김영애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1.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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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14년 10월 23일 개봉 영화지만, KBS가 2020년 크리스마스 특선으로 12월 25일 방송한 ‘우리는 형제입니다’(감독 장진)를 이제야 보았다. 영화평은 다른 지면에서 했으므로 여기선 박상연(조진웅)·하연(김성균) 형제 엄마로 치매 앓는 승자를 연기한 배우 김영애 이야기를 좀 자세히 해보려 한다. 갑자기 세상을 뜬 ‘국민 엄마’ 배우 김영애에 대한 추모라 해도 좋다.
김영애는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가 되었다. 이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마침내 어느 때부터인가 ‘국민 엄마’로 불리워지는 연기자가 됐다. 나도 젊은 시절 김영애 팬이었는데, 그녀가 집 나이로 66세인 2017년 4월 9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떠나버렸다.

췌장암이라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훌쩍 떠나버린 배우 김영애가 세상 뜨기 직전 출연한 영화는 2016년 12월 7일 개봉한 ‘판도라’다. 김영애가 주인공인 김남길 엄마 석여사로 나오는 ‘판도라’의 관객 수는 458만 명 남짓이다. 원래 540만 명인 손익분기점을 440만 명쯤으로 낮춰잡아 흥행 실패 영화로 남은 건 아니지만, 458만 명이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다.
드라마도 있다. 2017년 2월 26일 끝난 54부작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최고 시청률 36.2%를 찍는 등 인기드라마였다. 김영애는 양복점 사장 이만술(신구)의 아내 최곡지로 주연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이 드라마는 그들 부부의 아들로 나온 이동건과 조윤희가 실제 결혼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3년 만에 이동건과 조윤희 이혼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제 보니 췌장암 투병중에도 드라마 촬영에 임한 김영애임을 알 수 있다. 김영애가 처음 췌장암 판정을 받은 건 2012년으로 알려졌다. 김영애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촬영에 임했다. 같은 해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김영애가 췌장암에 걸린 건 황토팩 사업 실패로 인해 심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아서다.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드라마 촬영 중 암 투병 사실을 숨긴 것에 대해 “쓰러질 때까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연기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김영애는 ‘해를 품은 달’ 촬영이 끝난 후에야 9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후 김영애는 많은 영화에 출연한다. ‘변호인’(2013)·‘카트’(2014)·‘우리는 형제입니다’(2014)·‘허삼관’(2015)·‘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6)·‘인천상륙작전’(2016)·‘판도라’(2016) 등이다. 2016년엔 3편이나 출연하는 등 무리다 싶을 정도의 활동을 했다. ‘변호인’·‘카트’·‘인천상륙작전’·‘판도라’ 등을 이미 보고 글까지 쓴 바 있지만, 그런 사실은 알 수 없었다.
췌장암이 재발한 건, 역시 ‘나무위키’에 따르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연기하던 도중이다. 그녀는 6개월 넘게 방송된 드라마 시작 두 달 만에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을 위해 병원에서 외출증까지 끊어가며 6개월간 약속한 50부 출연을 해냈다.
그러나 드라마가 인기에 힘입어 연장 방송이 결정된 후, 병세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더는 버티지 못했다. 드라마 종영 직전 연장 분량인 4회 분량에 출연하지 못한 이유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제작진은 마지막회에 그녀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자막을 내보낼 계획을 세웠지만, 그녀는 연기자로서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그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김영애 소속사였던 스타빌리지 엔터테인먼트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추모 1주기 내용을 보도한 RNX뉴스(2018.4.9.)에 따르면 “그는 당시 병세가 악화됐음에도 출연을 강행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마지막까지 불태웠다. 고(故) 김영애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늘 의연한 모습을 보여 그 당시 시청자들은 그의 투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추모했다.
나 역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처음부터 한 회도 빼지 않고 보면서도 김영애가 연장 회차에 등장하지 않은 게 병세가 악화되어 그런지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인생에서 건강이 최고 중요한 가치인데,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공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가 병을 악화시킨 게 아닌가 하여 쓸쓸하다.
세계일보 김신성 기자는 ‘우리는 형제입니다’ 리뷰(2014.10.23.)에서 “따뜻한 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 김영애가 순식간에 사라진 엄마 승자 역을 맡았다. 승자는 해맑은 얼굴로 전국을 돌며 사고를 치고, 훌쩍 사라져 두 아들의 애를 태운다. 김영애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와 따사로운 웃음이 영화에 훈훈한 감동을 더한다.”고 전한다.
“쓰러질 때까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연기자의 자세”라는 신념을 잠시 쉬게 하고 아픈 몸을 더 다스렸더라면 처음 췌장암 판정을 받고 완치된 것처럼 그렇듯 서둘러 떠나가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이제서야 김영애가 보인 연기 투혼을 생각하게 된 것도 방송·영화평론가로서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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