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 헌혈자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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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시대, 헌혈자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1.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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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칼럼니스트 겸 법사랑 위원 전주연합회 청소년보호 위원

지난 1월 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작년(2020년)에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 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한 해 출생자 수는 역대 최저치인 27만 5,815명이었고 사망자 수는 30만7,764명을 기록해 사망자 수보다 출생자 수가 밑도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본격화된 셈이다.
유엔에서는 한국의 ‘인구 데드크로스’ 시작 시점을 2025년으로 예상했었는데 무려 5년이나 빨라졌다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노인 인구는 현재 전 인구의 25%에 달하고 있고 그 비율은 매년 급증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은 실로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인구 절벽의 대 위기에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정기 헌혈봉사자로서 헌혈 참여자 감소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먼저 고민해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헌혈 참여율은 5.6%로서 선진국 대비(이탈리아 5.2%, 미국 5.1%, 프랑스 4.6%, 일본 4.0%) 결코 낮은 편은 아니지만 고등학생과 대학생, 군인 등 10대~20대로부터 채혈한 양이 전체의 75%에 달하는 특정 인구계층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어 문제다. 참고로 일본과 대만은 30대 이상이 전체 헌혈자의 70%를 차지한다. 아울러 다회 헌혈자로부터 채혈한 양이 전체의 80%에 달하고 있어 초회 헌혈자의 참여비율을 늘리는 것이 절실하다. 
생업과 가정 돌봄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30대~50대의 헌혈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헌혈 캠페인 활성화와 소속 직장의 헌혈 독려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연령에 따른 기념품 차등 지급 및 중장년 헌혈자 예우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0대와 20대에게 영화 관람권이나 문화상품권을 주로 준다고 하면 30대 이상에게는 이 외에 전국 국립공원과 테마파크 입장 할인권을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추가해주는 것이다. 헌혈은 아무런 보상 없이 순수한 봉사심으로 하는 것이지만 최소한의 예우차원에서 각종 기념품을 주고 있는 만큼, 기념품의 다양화와 연령에 맞는 현실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요망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및 테마파크 소유 대기업과 제휴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국립공원과 테마파크는 입장객 증가와 헌혈 참여자 예우에 일조한다는 긍정적 이미지 구축이 가능하고 혈액관리본부는 중장년층 헌혈자 참여 확산이 가능하게 되어 서로 상생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공무원 복무규정 중 헌혈 참여 시 공가를 주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민간기업 근무 규정에도 이를 의무화하여 어느 직종에서 일을 하든, 헌혈 봉사자가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고,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헌혈을 할 수 있게끔 해주어야 한다. 민간 기업에서도 직원 헌혈 시 휴가를 의무적으로 주고 있는 일본이 모범 사례다.
55세 이상 69세 이하(헌혈 가능 연령은 만 69세까지임)의 ‘은퇴자 헌혈 촉진 프로그램’도 신설했으면 한다. 헌혈 가능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고 수혈이 필요한 노인 인구는 갈수록 늘 수밖에 없는 만큼, 은퇴자의 헌혈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방송매체를 통해 잘 알리고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여가시설로 직접 찾아가는 헌혈버스 행사를 열면 어떨까 싶다. 특히 헌혈센터가 없는 소도시나 시골 위주로.
독일과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은퇴 노인의 헌혈 참여율이 높은 것은 그들이 우리보다 더 특별히 건강하거나 여유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동안 사회와 국가를 위해 일하기도 했지만 또한 역으로 국가와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도 많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은퇴자로서 공동체를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해야 한다는 모범 시니어들이 많기 때문이다. 헌혈은 청년들만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하루빨리 탈피하여 장년층과 노인층을 비롯한 전 계층이 고루 헌혈하는 문화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초회 헌혈자를 늘리는 방안으로는 헌혈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헌혈의 중요성 및 헌혈상식을 알려줄 수 있는 책과 모범 헌혈자들의 감동적인 수기 집을 많이 출판하여 각 고등학교와 청소년 시설에 배포하는 것이다. 헌혈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거나 헌혈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미리 가져버린다면 설령 헌혈 가능 나이에 이르러도 평생 헌혈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청소년은 연예인을 동경하는 문화가 큰 바, 헌혈을 다회 한 연예인이나 헌혈 참여 경험이 있는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가급적 임명하되 모범 단체헌혈 학교를 방문하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가지면 큰 홍보효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면에서 실제 헌혈을 활발히 하고 있는 박재민, 김승현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은 실로 잘한 결정이라고 보며 실질적인 헌혈 공감대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역시 답은 가장 큰 사랑의 실천이 헌혈임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다회 헌혈자로서 헌혈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귀한 봉사임을 잘 알고 있으나 정작 주위에서는 헌혈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헌혈 못지않게 개인적 헌혈 홍보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세워본다.
헌혈을 24년간 하면서 나의 건강도 잘 관리할 수 있었고 진정한 사랑과 나눔도 실천해볼 수 있었다. 코로나로 헌혈자가 줄고 있다고 하는데 그 어느 시설보다 방역과 위생에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는 헌혈센터인 만큼 걱정하지 말고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작은 봉사에 동참해보았으면 한다.
코로나를 조기 종식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헌혈이기에. 우리에게는 위기일수록 더 따뜻해지는 나눔의 마음 유전자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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