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축구 0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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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축구 0대 3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3.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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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월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스타디움에서 일본과 평가전을 가졌다. 우리보다 더 엄중한 코로나19 속 일본이라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가운데 10년 만에 성사된 한일전 A매치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처음 맞붙은 이래 67년 동안 80번째 치른 한일전 축구 경기이기도 하다. 마침 MBC가 생중계해 만사 제쳐두고 한일전을 승리 기대감과 함께 지켜봤음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런 기대는, 그러나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거짓말처럼 0대 3으로 일본에게 완패해서다. 10년 전인 2011년 8월 10일 열린 일본과 평가전(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진 스코어와 같은 0대 3 패배다. 지금까지도 ‘삿포로 참사’로 불리우고 있는데,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이 일본에 3골 차로 진 것은 80번 경기중 총 3번이다. 1974년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기전 1-4 패배가 처음이었다. 나머지 두 번은 앞에서 이미 얘기한 대로 그로부터 37년 만인 삿포로, 또 10년 만인 요코하마에서의 한일전 축구 경기다. 물론 한국은 첫 대결이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을 5대 1로 크게 이겼다. 1978년 메르데카컵 한일전 경기에서도 4대 0으로 승리한 바 있다. 이렇듯 한국의 최다 점수 차 승리가 있긴 하지만, 일본에게 진 0대 3 완패에 대한 실망감이 떠나지 않는다. 이기고 지는 게 축구 등 모든 경기라는 걸 감안해도 그렇다.   실망감이 큰 것은 한마디로 ‘어떻게, 지금까지 일본을 이겨왔지’ 의아할 정도의 경기를 펼쳐서다. 자타공인 에이스 손흥민을 비롯한 황의조 등 유럽파 선수들이 대거 빠졌지만 어떻게 그런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한일전이었다. 오죽했으면 대한축구협회(KFA)가 한일전 완패에 대해 축구팬들에게 사과까지 했을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3월 26일 KFA를 통해 “축구대표팀 한일전 패배에 실망하신 축구 팬과 축구인, 국민 여러분께 축구협회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벤투 감독에게만 비난이 쏠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최상의 상태로 경기를 치르도록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한 협회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도 했다. 축구협회장이 개별 경기 결과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협회가 경기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국가대표팀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1무 2패 성적으로 귀국했고, 현장에서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비난을 만나야 했다. 홍명보 감독은 귀국 후 유임으로 정리되었다가 1주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삿포로 참사’ 당시 24세 신예였던 박주호는 0대 1로 뒤진 전반 37분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그리고 0대 3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박주호는 3월 23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삿포로 경기 때 일본의 안방 열기가 굉장했다”며 “열기에 눌리지 않고 버티면서 우리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지만, 0대 3 결과는 그것이 헛수고였음을 보여준다. 부임 2년 7개월이 된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벤투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전 2대 0 승리 등 A매치 28경기에서 승률 57%를 기록하고 있다. 근데 A매치 승률에서 67%로 앞설 뿐만 아니라 아시안컵 준우승(벤투 8강)과 월드컵 2차예선 무실점 전승(벤투 2승 2무) 등 공식대회 성적이 벤투보다 우월했던 슈틸리케 전 감독도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바 있다. 특히 홍철(울산 현대) 등 선수 선발에 따른 감독들과의 불통은 2022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이는 한일전을 단순한 연습경기로 생각한 벤투 감독을 협회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이강인(발렌시아)의 ‘제로톱’ 전술도 벤투 감독의 ‘소통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한겨레, 2021.3.29.)이 와닿는다. 하긴 일본 축구가 만만치 않은 건 이미 2018러시아 월드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일본은 우리가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반면 16강에 올라 피파 랭킹 3위 벨기에를 2대 0으로 앞서가다 3대 2로 역전패당했다. 일본 축구의 도약이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나는 그때 이미 말했다. “우리로선 한일전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있지만, 일본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러시아 월드컵에서 볼 수 있었다. 일본은 조별리그 세네갈전에서 한 골 먹더니 20여 분 만에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전에서도 세네갈이 역전 골을 넣은 지 7분 만에 다시 동점골을 넣었다”는 관전평이 그것이다. 일본의 그런 경기력은 이영표 해설위원이 “저력이 있는 어느 정도 강팀이라는 걸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월드컵뿐 아니라 축구 경기는 그래야 볼 맛이 나지 않나! 폴란드전에서 16강전에 오르기 위해 지면서도 산책 축구로 비아냥을 받기도 했지만, 벨기에전에서의 2대 0 리드 역시 일본 축구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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