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국가직 첫돌, 소방관의 다짐
상태바
소방공무원 국가직 첫돌, 소방관의 다짐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4.19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염정길 덕진소방서

대한민국 소방관 모두는 국민을 돕고자 하는 열정과 그들의 일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는다.
2020년 4월 1일 이전까진 전국의 모든 소방관들은 그들의 소명의식에 걸맞는 수준의 근무 여건을 갖지 못했었다. 지방직 시절 소방은 각자의 시·도 지자체에서 각각 예산을 편성했기에 소방인력 및 장비의 차이가 분명하게 존재했었다. 대도시와 지방의 명백한 예산 차이로 인해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장비의 부재와 노후화는 심해졌고, 이는 결국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소방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재난 현장에서 우리는 고스란히 그 결과를 지켜보아야만 했었다.

SNS와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구멍난 구조 장갑, 열악한 환경에서 현장 활동하던 소방관들의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응원하게 하였고, 마침내 9년 동안 계류 중이던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게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4월 1일 소방공무원은 국가직 체제로 전환 시행되었다.
소방이 국가직 전환으로 발돋움 한지 일년이 지난 지금, 현재 소방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우선,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도화선이 되었던, 그리고 국가직 전환의 주된 목표였던 ‘소방장비의 상향 평준화’와 ‘인력 충원’은 지자체별로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소방이 모든 국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하였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 이다.
2019년 강원도 산불과 2020년 강원도 산불의 피해 상황을 비교해보면 그 대답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2019년 강원도 산불화재 시 인명피해는 사망 2명과 부상 11명으로 총 13명, 재산피해는 약 1300억에 가까운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듬해 소방 조직의 국가직 전환 이후 발생한 강원도 산불화재는 화재 발생 양상은 같았지만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재산피해는 약 100억원으로 추산되어 2019년 산불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국가직 소방체제로의 전환으로 인해 소방청장의 각 시·도 본부에 대한 지휘·감독권의 행사가 가능해져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로 전국의 소방헬기 동원할 수 있었고, 소방력의 신속한 지원 출동이 가능하게 되어 화재피해를 줄일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예는 지난달 17일, 저자가 몸담고 있는 덕진소방서 관할 전주시 인후동에서 발생했던 건물 철거 작업을 실시 중이던 굴삭기 위로 건물이 붕괴된 사고의 구조 현장에서 볼 수 있다. 당시 주변 현장 상황은 2차 붕괴의 우려가 있어 중장비의 진입이 불가능했으며, 협소한 구조공간으로 인해 구조작업이 매우 난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괄된 지휘체계와 현대화된 소방장비, 그리고 다수의 소방인력 투입으로 2시간 30여분의 작업을 실시한 끝에 구조대상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던 사례이다. 국가직 전환 이전의 노후된 장비와 부족한 소방인력으로는 이렇게 성공적인 구조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소방은 국민들의 성원과 신뢰로 이러한 변화를 겪으며 발전할 수 있었고, 국민들의 응원은 이제 우리에게 또 하나의 사명으로 다가서게 되었다. 이 사명의 무게를 스스로 성찰하고 우리가 스스로의 모범이 되지 않는다면 이런 국민들의 성원과 신뢰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신작칙’(以身作則).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로 자신이 남보다 먼저 실천하여 모범을 보여 모두의 준칙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 소방관들은 지금껏 이신작칙하며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왔다. 국가직 전환 후 1년, 나아갈 미래에도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자.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