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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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10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5.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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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월드 클래스 손흥민9’(전북연합신문, 2021.4.21.) 이후 2주 정도 지났지만, 그 앞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먼저 4월 19일(한국시간. 이하 같음.)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의 모리뉴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구단은 감독 대행으로 손흥민보다 1살 많은 현 19세 이하 팀 감독인 라이언 메이슨을 선임했다.
동아일보(2021.4.20.)에 따르면 영국 현지 언론은 모리뉴 감독의 선수단 비판과 토트넘 팬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경질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슈퍼리그 창설에 토트넘이 적극 나선 것 때문에 모리뉴 감독과 구단 수뇌부가 충돌했다는 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근데 5월 5일 모리뉴 감독의 이탈리아 AS로마 사령탑 선임 소식이 전해졌다.

아무튼 4월 19일 유러피안 슈퍼리그(ESL) 창설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 대형 금융사 JP모건이 46억 파운드(약 7조 1309억 원)를 투자하는 ESL에 맨체스터시티·맨체스터유나이티드·토트넘·리버풀·첼시·아스널(이상 영국), 레알마드리드·바르셀로나·아틀레티코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유벤투스·인터밀란·AC밀란(이상 이탈리아) 등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만에 없던 일이 되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ESL의 잠정 중단 선언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개 구단이 전원 탈퇴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축구계와 팬들의 반발과 압박이 거세기도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유럽 각국 주요 축구협회는 물론이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FIFA의 경고는 엄중·막강했다.
FIFA는 “ESL 참가 구단은 국내외 리그나 국제대회 참가가 금지될 수 있다. 또 해당 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자국 국가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고 경고했다. 요컨대 토트넘 소속 손흥민이 자칫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상황과 맞닥뜨린 것이다. 축구팬들도 유럽 축구 시스템 붕괴 우려에 곳곳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펼치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뿐이 아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개 구단의 철회 결정은 영국 정치권까지 나서며 강한 제재를 예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4월 20일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장관은 “ESL 출범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6개 구단에 행정 및 재정적 압박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손흥민은 4월 22일 열린 EPL 33라운드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45분 상대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극적인 결승 ‘극장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리그 15골이다. 15골은 자신의 EPL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이다. 이날 감독 데뷔전을 치른 라이언 메이슨 감독대행에게 소중한 첫 승을 안긴 결승 골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리그 14골을 터뜨렸다. 독일 분데스리가 경력을 포함해도 한 시즌 리그 최다 골이다. 손흥민은 1985∼19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소속으로 리그 17골을 넣었던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의 한국인 유럽 리그 단일 시즌 최다 골 기록에 2골 차로 다가섰다. 특히 이날 손흥민의 리그 15호골은 EPL 진출 6시즌 만에 선보인 첫 페널티킥 골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손흥민은 6시즌을 뛰면서 41골을 넣었는데, 페널티킥 골은 하나도 없었다. 2015∼2016시즌 토트넘 입단 뒤에도 손흥민은 좀처럼 페널티 킥을 차지 않았다. 토트넘에서 뛰며 리그 68골을 넣었지만, 이날 페널티킥 골이 유일하다. 다만, 손흥민은 지난해 2월 사우샘프턴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경기에서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 바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4월 26일 열린 맨체스터시티와의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0대 1로 지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개인 경기력 면에서 월드 클래스가 분명하지만, 어떤 우승컵도 들어 올리지 못한 설움이 북받친 것이라 할까. “스스로 매우 실망했고 분했다”는 게 손흥민 설명이지만, 그래도 상대팀 선수들이 다가와 위로할 만큼 우는 건 좀 아니지 싶다.
아무튼 손흥민이 다시 살아났다. 손흥민은 5월 3일 열린 EPL 34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안방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활동을 펼쳤다. 베일의 해트트릭이 더해져 토트넘의 4-0 대승에 힘을 보탠 것인데, 손흥민의 리그 16골과 10도움이다. 시즌 통산 21호골이다. 2016∼2017시즌 세웠던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과 같은 기록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 최초로 두 시즌 연속 EPL 10(골)-10(도움) 클럽에도 가입했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10-10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손흥민 포함 4명뿐이다. 2시즌 연속은 손흥민이 처음이다. 올 시즌 EPL에서 10-10 클럽에 가입한 선수도 손흥민과 토트넘의 해리 케인(21골 13도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브루누 페르난지스(16골 11도움)뿐이다.
앞으로 리그 4경기가 남아 있다. 손흥민이 골망을 가르거나 도움을 기록하면 모두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 된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의 17골을 갈아치우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현재 리그 6위에 올라있는 토트넘의 목표는 4위까지 주어지는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일 것이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 다시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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