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은 간을 나쁘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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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은 간을 나쁘게 할까?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5.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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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
전주미소로한의원 대표원장

 

저는 한의원에서 비염같은 만성호흡기 질환, 아토피같은 만성재발성피부 질환을 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10년 이상 호흡기, 피부 질환을 앓아오신 분들을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순간 치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드물게 “1년 정도의 치료가 필요할 거 같습니다”라고 얘기를 드리면 돌아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한약을 복용해도 괜찮을까요? 잠깐 쉬어야하지 않을까요? 간수치를 올린다는 얘기가 있던데, 제 간에도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한약이 정말 간을 나쁘게 할까? 간수치가 올라가지는 않을까?
독자분들께서도 걱정하시고, 궁금해할만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드려보려 합니다.
먼저 여러분께 질문을 드려볼게요. 한약을 오래 먹으면 간수치가 상승할까요?
일단 임상경험상으로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1년 넘게 약을 복용한 제 환자분들이 만약에 간수치가 상승했거나 불가역적 간손상을 경험했다면 저에게 큰 문제가 생겼을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분들께 돌아오는 대답은 ‘간’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이제 살만하다” 혹은 “고쳐줘서 고맙다” 등의 미소와 감사입니다.
왜냐하면 한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간독성이 나타날만한 약재들은 조심하고 신중하게 선택하거나 배제하고 처방하기 때문이죠. 연구논문들을 확인해보면 간독성이 나타나는 약물로 ‘창이자, 천련자, 황단, 연분, 마황, 반하, 황금, 곡기생, 감초, 백선피, 현호색과 백굴채, 야백합’이 있다고 합니다. 기전까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독자분들은 위 약재를 기억하시거나 적어두셨다가 혹여 어디서 위 약재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도 차로 끓여드시는 건 자제하시길 바랍니다.
한의사들은 한약을 처방할 때 여러가지를 고려합니다. 첫번째 고려사항은 환자의 불편한 몸 상태를 원래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것이지만,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한약재의 독성을 살피기도 하고, 한가지 한약재의 독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른 약재를 함께 사용하는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환자에게 맞는 한약을 처방하죠. 그렇게 처방하기 위해 환자의 체질 상태, 맥 상태 등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좋다고 알려진 약이나 약재를 가져다가 누구나 달여서 쓰고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요즘같이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한의사’, ‘의사’ 역할을 하기가 참 쉬울 겁니다. 그럼에도 수년에서 수십년 공부를 해서 약이나 한약을 처방하는 것은 사람 몸과 건강에 관련된 것이고, 그만큼 부작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한약은 간을 나쁘게 할까?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라고 답변할 것입니다.
간에 부담을 주는 한약재는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은 맞습니다. 하지만 간독성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한약재를 같이 처방하는 방법, 그리고 간에 부담을 주지 않을만큼의 약재 용량을 고려하는 방법, 혹은 간에 부담을 주는 한약재는 배제하는 방법 등으로 한의사는 환자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처방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안전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반은 틀립니다.
한약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과 약은 작용이 있고,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들은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적절한 용량, 용법의 사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시면 바른 약 복용에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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