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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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교훈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6.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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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이준석 후보의 국민의힘 당 대표 당선 소식이 전해진 6월 11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법정에 출석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하고,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기 위한 6개월 만의 법원 출석이다. 조 전 장관은 오전 9시 40분경 법정에 들어서며 취재진에게 “성실하게 소명하고 더욱 겸허한 자세로 공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후 조 전 장관은, 보도에 따르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옆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동시에 재판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9월 별건으로 진행된 정 교수의 1심 입시비리 재판에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적은 있지만, 부부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혁의 아이콘으로 상징되던 조국 전 장관이 어쩌다가 이리 되었나 생각해보면 짠하기 그지 없다. 이건 아니지 싶은 생각도 스쳐가지만, 민주당의 재·보궐선거에서의 참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참패의 실상은 고작 서울과 부산시장 두 자리만 내준 게 아니다. 거기에 36세 0선의 청년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된 정국까지 더해졌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6월 2일 “조국 전 장관의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는 우리 스스로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한 것도 그래서이지 싶다. 민주당으로선 2019년 10월 취임 35일 만의 조국 장관 사퇴 직후 이해찬 대표에 이은 두 번째 사과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조국 사태에 관한 대국민 사과는 재·보궐선거 참패의 민심을 그만큼 심각하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일보 창간 67주년 여론조사(2021.6.11.)에 따르면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은 유권자의 35%가 지지를 철회한 이른바 ‘민주당 이탈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두드러진 민주당 이탈층은 52.7%에 달하는 20대(18~29세 응답자)다. 민주당 이탈층 중 중도 성향 유권자가 4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2016년 탄핵 사태로 결성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승을 안긴 ‘중도+진보 유권자 연합’의 해체가 가시화한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말할 나위 없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 윤미향·조국 사태가 준 실망,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따른 피로감 등이 민주당 이탈층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민주당 이탈층의 81.4%가 ‘문 대통령 평가에 나쁜 영향을 준 이슈’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을 꼽았다.
이어 윤미향 민주당 의원 비리 의혹(66.9%),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64.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61.0%) 등이 지목됐다. 그뿐이 아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연령별 심층면접을 통해 작성한 내부보고서도 ‘조국 사태 등 여권 인사의 도덕성 논란’을 재·보선 참패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민주당 이탈층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조국 사태에 있는 건 아니지만, ‘정치검찰’ 윤석열만 탓할 때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사실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확증편향’과 먼지떨이 수사에 조국 일가가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확신한다. 딱히 틀린 인식도 아닐 것이다”(한겨레, 2021.6.3.)는 주장에 나도 동의한다.
그랬을망정 조국 전 장관이 그런 먼지떨이식 수사망에 걸려들어 지금 재판중인 혐의를 드러낸 건 적어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인식하던 개혁의 아이콘답지 않은 모습이다. 촛불혁명 정신을 받들어 개혁하겠다면서 실망을 준 여권 인사들이 한둘일까만, 특히 사모펀드 관련 구설이 그렇다. 청와대 공직자로서나 대학교수 처신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탄식을 갖게 한다.
물론 조국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문제 등에 대해 이미 사과한 바 있다. ‘조국의 시간’을 통해서도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 과정에서 서민들로선 접근 불가능한 네트워크의 동원과 관행의 답습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또 조국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제 저를 잊고 저를 밟고 전진하십시오”라고 민주당을 향해 당부하기도 했다.
시점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오죽했으면 최근 출간한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늦게나마 책으로 최소한 자기방어를 하는 것”이라고 했을까. ‘조국의 시간, 끝나지 않았다’와 ‘이제 조국의 강을 건널 시간’ 같은 보수와 진보 양쪽 주장이 공존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조국 전 장관은 공직을 떠난 일개 개인일 뿐이란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선의원들과 송영길 대표의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 및 사과에 토를 다는 것은 민주당 이탈층의 마음을 돌리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조국을 감싸고 돌 때가 아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 떠나간 민주당 이탈층, 특히 2030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본격적인 ‘민주당의 시간’을 가져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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