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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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하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7.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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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덕진소방서 의무소방원 이승수

아침부터 침전된, 평소와 다르게 내려앉은 소방서 분위기에 뉴스를 살펴보니 한 젊은 소방관이 하늘이 내리신 직무를 수행하다 끝내 하늘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신 모양이었다. 그를 기리는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은 말했다. 선배로서 동료로서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너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나 미안하다고.
어른들이 들으시면 콧방귀를 뀌실 이야기지만 나는 지금껏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해왔다. 남들이 꿈을 꾸며 잘 때 나는 두 눈을 뜬 채 꿈을 이뤘으며, 내가 바라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고, 이룩했기 때문이다. 성취의 일환으로 나는 의무소방대원으로서 전주덕진소방서에 배치를 받았는데, 이곳에서 나는 그 사람들을 만났다. 늦게까지 노는 것을, 운동보다는 게임을 좋아하는 장난끼 가득한 영락없는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소방관들. 함께 추억을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비슷해 그런지 우리는 꽤 친해질 수 있었다. 시덥잖은 농담을 잘하고 남을 웃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쩌다 나가게 된 화재 현장에서 본 그들의 치열함은 나의 것과 결이 달랐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도망치기 일쑤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견위수명. 그들은 마치 목숨이 두 개 라도 되는 듯. 검게 그을리고 군데군데 헤져버린 방화복과 산소호흡기만을 의지한 채 마냥 내달렸다. 유독가스 때문에 캘록 캘록 하면서도 혹시 지나치고 간 생명은 없는지 걱정하는 모습은 거룩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 후, 어느 날 우연히 그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내 눈에 담았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당연히 그들도, 어쩌면 그 누구보다. 목숨의 소중함을 알기에 더 살고 싶어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계절을 보내며 추억을 쌓고 싶어한다는 것을. 아마 그래서 언젠가 어느 소방관이 순직했다는 뉴스 화면을 보면서 차마 쉽게 화면을 돌리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우리가 누리는 사소한 것까지 당연하게 여기면 안된다고. 그것들은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얼룩져 이룩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오늘 밤에도 이름과 얼굴 모를 누군가가 우리 생명을 보호하려 목숨을 건 만큼 우리도 그들에게 관심 어린 눈빛과 보호로 마땅히 보답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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