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보다 더 무서운 식량전쟁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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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 보다 더 무서운 식량전쟁 안보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8.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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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경고등 켜진 식량주권
간척지 땅 2만9100㏊ 중 약 30%에 해당하는 9430㏊(약 2850만평)가 농지다. 식량 콤비나트(곡물과 식품 종합 가공 유통기지를 뜻하는 조어, 콤비나트는 결합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로, 옛 소련이 공업단지에 붙인 이름)는 새만금 신항만 배후 용지를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2019년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식량 작물(쌀·밀·옥수수·콩 등 양곡) 수요량이 100이라고 했을 때 45.8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54.2는 수입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먹는 식량의 절반도 자체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곡물자급률이라는 개념이 별도로 있다. 식용은 아니지만 우리가 즐겨 먹는 축산물(소·돼지·닭 등)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해 계산한 자급률이다. 사료용 곡물이 없으면 축산물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곡물자급률이 식량안보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숫자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19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1.0%에 그친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곡물 수요의 79%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다. 곡물자급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와 밀 자급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한국의 식량안보 문제를 말하면 “그렇다고 우리가 해외에서 곡물을 구하지 못해 굶은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러시아와 베트남 같은 곡물 수출국들이 긴급 수출 중단 조치를 취했다. 세계 교역망이 붕괴될 조짐이 보이자 자국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생산된 곡물의 해외 반출을 금지한 것이다. 다행히도 수출 제한 조치가 한두 달 새 풀렸지만 위기 시 식량 교역이 중단될 수 있음을 실감한 사건이었다. 만약 부산항과 인천항이 한 달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나라는 식량 부족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해외농업 성공해도 위기 땐 취약
세계 곡물 파동을 겪으며 태동한 이명박(MB)정부는 그래서 식량안보 문제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해외 농업 진출이었다. 농지가 부족한 한국에서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면 해외 농지에서 대규모 농사를 지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많은 기업이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남미 등으로 해외 농업 투자에 나섰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10년쯤 지나자 옥석이 가려지면서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연해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단위 곡물 농업이 있다.
연해주에서는 롯데상사와 서울사료가 각각 수천만평 땅에서 옥수수와 콩 등 곡물을 재배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긴급 수출 제한 조치로 잠시 발이 묶이더니 올해 들어서는 러시아 정부가 수출관세와 탄력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수확한 작물의 국내 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대두(콩)에 대해 20%의 수출관세를, 옥수수에는 t당 50달러의 탄력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들 회사 관계자는 “현지 생산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려면 관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현지에서 판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들어 국제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어 수익 측면에서 좋아지고 있지만 애초에 국내 반입을 염두에 뒀던 물량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국내 반입이 막힐 수 있는 해외 농업으로는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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