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보다 더 무서운 식량전쟁 안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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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 보다 더 무서운 식량전쟁 안보(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8.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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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식량안보는 선택 아닌 필수 과제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기후변화 문제다.

전 세계가 기상 이변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마가 47일간 지속됐던 지난해 우리나라는 극심한 쌀 작황 부진을 겪었다.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6.4% 감소한 351만t에 그치면서 쌀 자급률이 90%에도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03.4%에 달했던 쌀 자급률은 2018년 97.3%, 2019년 92.1%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중국이 원자재에 이어 곡물시장에서도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크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한국이 16㎏, 중국은 6㎏ 정도다. 중국의 1인당 소비량이 5㎏에서 6㎏으로 늘어나는 데 5년이 걸렸다. 앞으로 1㎏이 더 늘어나기까지는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추정이다.
문제는 중국인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1㎏ 증가한다는 건 145만t의 쇠고기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브라질, 미국에 이어 쇠고기 수출 3위국인 호주의 연간 수출 물량이 140만t 정도다. 호주의 1년간 쇠고기 수출 물량을 전부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옥수수가 16㎏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1㎏ 증가하면 옥수수 2300만t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한국 연간 옥수수 수요량의 2배를 넘는 물량이다. 여기에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른 축산물 소비 증가까지 감안하면 중국이 세계 곡물시장에 끼칠 파장을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곡물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 기세도 무서울 정도다. 국제 옥수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70% 이상 올랐고, 밀과 대두 가격도 40~50%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해상 운임도 가파르게 상승해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 가격을 나타내는 발 틱 운임지수(BDI)는 지난 6월 말 11년래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강세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쌀을 빼곤 턱없이 부족한 곡물 비축
식량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는 비축이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비축 물량을 넉넉히 확보하면 버틸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비축량은 넉넉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장 비축이 잘되고 있다는 쌀도 마찬가지다. 농림축산 식품부 관계자는 “매년 생산된 쌀의 10% 정도를 농가로부터 수매해 비축해 놓고 있다가 시장 상황에 따라 물량을 풀고 있다”며 “작년 10월 말 기준 98만t 정도의 쌀을 비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간 수요량(2019년 470만5000t)의 21% 정도로 대략 2.4개월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실제 비축량은 이보다 크게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쌀 작황 악화로 비축 분 방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비축량은 주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식량 주산지에서는 3개월분 이상, 주 소비지에서는 6개월분 이상을 비축하도록 관리하고 있고 일본은 쌀 100만t, 밀 2.3개월분, 기타 사료 곡물은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1개월분, 정부가 추가로 1개월분을 비축하고 있다.
그나마 쌀은 상황이 나은 편이고 다른 식량 작물인 밀과 콩, 옥수수 등에 대한 비축은 매우 미흡하다. 공식적으로 밀과 콩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통해 매년 생산량의 25% 수준을 목표로 비축하고 있다. 문제는 밀과 콩의 자급률이 각각 0.7%와 26.7%에 그치고 있어 생산 물량의 일정 비율을 비축해봐야 시장 수요량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더구나 옥수수는 정부 차원 비축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밀, 콩, 옥수수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비축에 기대고 있지만 민간 속성상 재고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산 재고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 비축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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