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언론보호법까지 만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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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언론보호법까지 만드는데…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8.2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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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미국 의회에서 '언론인 보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언론인의 취재·보도를 이유로 그를 위협하거나 해를 가하는 행위를 연방범죄로 규정해 형사 처벌하는게 골자라고 한다.

지난달 29일 법안을 하원에 소개한 에릭 스월웰 하원 의원은 "언론인이 폭력과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보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게 법안의 취지"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해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의원들은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언론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인을 지키는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정반대 이다.
진실을 말하는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언론재갈법'이라고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8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여당이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법안대로라면 권력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무기로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인을 위협해 무력화하는게 가능해진다.
미국 의회는 언론인을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하는데, 한국의 여당은 언론인과 언론을 협박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여당은 "미국도 징벌적 손배 책임을 언론에 묻고 있으니 한국도 이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을 호도하는 논리다. 미국은 민사소송의 일반 원칙으로 징벌적 손배를 인정하는 것이지, 한국처럼 언론을 콕 집어서 배상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 그런 법을 만든다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 될 것이다. 여당이 이런 진실을 무시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언론을 겁박하는 법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유린한 정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언론재갈법 반대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진보 정당인 정의당과 진보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까지 반대 의견이다. 이런 사회 전체적인 반대를 무시하겠다는 건 독선이자 폭주다. 언론에 재갈을 물려 거침없이 독주하고 싶은게 여당의 본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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