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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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13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9.0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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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주 “바야흐로 월요일 아침 기분 좋은 손흥민 골 소식을 접하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며 글을 맺었다. 아니나다를까 지난 월요일(8월 30일) 월드 클래스 손흥민의 골 소식이 날아들었다. 8월 29일(한국시간) 밤 10시 열린 2021-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라운드 왓포드와의 홈 경기(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골망을 가른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는 토트넘에게 1대 0 승리를 안겨준 골이다. 2라운드에서 일찍 교체돼 부상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그걸 날려버린 통쾌한 결승골이기도 하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0대 0으로 팽팽하던 전반 42분 왼쪽 측면서 생긴 프리킥 기회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이 공은 원바운드 된 뒤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보기엔 손흥민이 인터뷰때마다 말하는 ‘행운이 따른 골’이라 할 수 있다. 득점과 관련해 그는 “박스 안에서 달려들 선수들을 위해 잘 전해주는 게 목표였는데, 왜 아무도 터치하지 않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골을 넣을 수 있어서 기쁘다. 내 최고의 골은 아니더라도 득점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덩달아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 속에 리그 개막 3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아무리 초반 선두가 큰 의미 없는 것이라며 무시하려 해도 3연승 중심에 두 경기 결승골을 쏘아올린 손흥민이 있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이에 대해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토트넘 고공행진 비결로 손흥민을 꼽았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함께 날고 있다”며 “토트넘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는 단연코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최근 3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성공적인 시즌 출발을 알렸다. 그의 공격력은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및 유럽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손흥민의 건강이 필수요소다”라고 밝혔다.
해리 케인이 이번 시즌 잔류를 선언해 ‘손-케 듀오’를 기대하게 하지만, 그의 이적설로 토트넘은 최근 몇 달 동안 시끄러웠다. 팀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일찌감치 재계약을 확정했다. 개인기량뿐 아니라 어린선수들을 다독이는 리더십까지 보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손흥민 스스로도 “어느덧 팀 내에서 위고 요리스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심지어 전 리버풀과 첼시 스트라이커였던 다니엘 스터리지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 팀들이 줄을 서지 않고 있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스터리지는 토트넘 공격수인 손흥민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며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다. 그런데 그가 아직도 토트넘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국 매체 HITC는 “스터리지가 공개적으로 손흥민을 칭찬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손흥민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전했다. 그야 어쨌든 왓포드전 결승골은 역사를 새로 쓴 골이기도 하다. 2015-16시즌을 앞두고 레버쿠젠(독일)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이 이날 자신의 200번째 리그 경기서 골까지 터트렸기 때문이다.
아시아 선수가 EPL에서 200경기에 출전한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 2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도 대단한데, 골망까지 갈라 그 의미를 배가시킨 셈이 되었다. 역대 EPL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한 한국 선수는 기성용 187, 박지성 153, 이청용 105 경기 등이다. 이영표가 70경기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편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 소속이었던 황희찬은 EPL 울버햄튼 원더러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 선수로는 역대 14번째 EPL 입성이다. 2005년 박지성이 한국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이후로 이영표·설기현·이동국·김두현·조원희·이청용·지동원·박주영·기성용·윤석영·김보경이 활약을 펼쳤다.
울버햄튼은 8월 30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황희찬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등 번호는 26번이다. 울버햄튼 구단은 “한국 대표 공격수 황희찬을 라이프치히로부터 한 시즌 임대로 데려왔다”며 “그는 잘츠부르크 시절 엘링 홀란드와 함께 득점력과 도움 능력을 모두 보여줬다. 중앙과 측면을 모두 설 수 있으며 황소란 별명도 있다”고 소개했다.
황희찬의 울버햄튼 입성은 나름 의미가 있다. 일단 유럽이라면 진출시키고 보자는 의견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허망하게 리턴하는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생긴 간극이라 할까. 2015년 여름 이적한 손흥민 이후 6년간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가 없었는데, 그걸 깬 황희찬이라서다.
손흥민 활약만으로도 뜨거운 인기인데, 거기에 황희찬까지 가세했으니 프리미어리그는 박지성이 뛰던 시절을 넘어 국내 팬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멀리 영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서로 다른 팀 소속으로 맞대결 경기를 펼치게 됐으니 승패를 떠나 무엇보다도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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