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로 ‘경제 폭탄’ 던지는 문 정부 입으로만 폴리시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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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부로 ‘경제 폭탄’ 던지는 문 정부 입으로만 폴리시믹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9.0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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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한국경제의 앞날이 걱정이다.
문 정부는 ‘재정 가불(假拂)’과 ‘통계 분식(粉飾)’으로 버티는 시늉이라도 하겠지만,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로 떠넘긴 온갖 부담과 부작용은 내년 3·9 대선 이후에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따로 간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단행한 금리 인상의 긴축 효과는 현금을 뿌려대는 정부의 확대재정으로 상쇄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내년 예산편성 작업을 보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는 기류다. 1000조원 안팎의 국가채무조차 아무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렇잖아도 코로나19 확산과 무관하게 전 세계는 과잉유동성 늪에 빠진 지 오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교환방식 ‘MV=PQ(M:통화량, V:통화유통속도, P:물가, Q:생산량)’에 따른 ‘인플레이션 타기팅’의 한계가 뚜렷해졌다. M만 잡으면 P, 인플레이션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자산가격 버블과 금융시장 불안에는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최근 한국 상황에서도 드러났다. 자산 버블 주범인 집값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460개 품목에서 빠져 있다. 생산자물가, 수출입물가, 환율, 임금 등 종합적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4분기 연속 상승세다.
한계는 또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잡을 수 없는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했다.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사상 최대인 1805조9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예금은행 2분기 대출은 12조4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반면, 비은행권 대출은 9조1000억원으로 폭이 더 커졌다. 카드론은 무려 34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상황들은 한은 통화정책이 금융권 전반에 미칠 영향력이 약화했음을 보여주는 한편, 정책 조합(policy mix)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전체 유동성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한은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자산 버블, 가계부채 폭증, 인플레이션 문제는 금리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 정권의 머릿속에는 딴 생각뿐이다. 한은의 선제적이고 단계적인 금리 인상 카드는, 미국이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초래될 쓰나미급 충격파를 완충하려는 고육지책 성격이 강하다. 이런 판단에 따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우회전 깜빡이를 켰는데, 문 정권은 급좌회전 깜빡이를 넣는다. 금리 인상 효과가 정부의 적자재정 기조로 무력화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가 어디로 갈지, 전진이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국면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한은은 출구전략과 함께 한국경제의 연착륙을 모색하는 반면, 재정중독증에 걸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퍼주기는 끝이 없다. 대선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에 청년대책으로만 20조원을 편성한 이유도 그렇다. 20·30의 대선 표심을 노린 선심성 편성이란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국가채무도 비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D2(중앙·지방정부 및 공공기관 부채 합계) 비율은 2023년 61.0%에 달한다. 130%까지 치솟은 미국과 비교하며 괜찮다고 하는데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엄습하는 위기의 그림자를 평가절하하는 재정 당국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펀더멘털은 괜찮다”는 말만 되뇌던 관료의 무책임이 떠오른다. 재정 수입(552조2000억원)과 지출(640조3000억원)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는 ‘공포의 악어 입’ 추세를 보인다.
604조원대의 초슈퍼 내년 예산은 시한폭탄 시계를 6개월∼1년 뒤로 미루는 악수다. 시간을 미룰수록 폭발 후유증은 커진다. 다음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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