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안전하게 조상 섬김의 미덕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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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안전하게 조상 섬김의 미덕 이어가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09.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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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전주덕진소방서 방호구조과장

처서가 지나고 낮에는 파란 하늘, 밤에는 선선한 소슬바람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이렇게 가을이 와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갈 때면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 추석’ 또한 기다려지게 된다.
추석을 기다리는 우리에게는 한가지 할 일이 주어진다. 바로 벌초이다. 벌초는 예로부터 조상 섬김을 미덕으로 여겨온 우리 민족에게 당연히 해야 할 연중행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렇게 조상 섬김의 미덕인 벌초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로 얼룩지게 되곤 한다. 벌초의 현장에는 항상 벌 쏘임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최근 3년간 평균 벌 쏘임 사고는 5660건이 넘게 발생했는데, 이 중 1/3이 넘는 1921건이 추석 전 30일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게다가 벌 쏘임 사고 사망자의 79%가 벌에 쏘인 뒤 1시간 이내 사망했는데, 이렇게 벌초 중에 발생하는 벌 쏘임 사고는 장소적 특성상 119에 신고를 하더라도 구조요청자의 위치 파악과 구조에 장시간이 소요되어 사망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올해 9월에도 벌초 중 벌에 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니 미리 벌의 특성과 이에 따른 벌 쏘임 사고 방지 수칙을 숙지하고, 벌에 쏘였을 때 행동 방법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말벌은 색상에 따라 다른 공격성을 보이는데, 검은색, 갈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순으로 어두운 색에 공격성이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벌이 색이 검은 머리 부분을 지속해서 공격하게 되는 까닭이다. 또한 벌집을 건드린 후 자세를 낮추고 있으면 벌은 지속적인 공격을 시도하지만, 빠르게 20m 정도를 뛰어가면 벌 대부분이 다시 벌집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벌의 특성에 따라 벌 쏘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밝은색 계열의 옷을 착용하고 소매가 긴 옷을 입어 팔다리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벌집을 발견했을 때는 자세를 낮춰 천천히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야 하고, 만약 벌집과 접촉하게 되었다면 머리부위를 감싸고 신속하게 위험지역에서 20m 이상 이탈해야 한다.
또 벌은 단 성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산속이나 야외 외출 시, 탄산음료나 달콤한 음료 휴대를 자제하고, 벌을 자극하는 향수나 화장품, 스프레이 종류를 역시 자제해야 한다.
이러한 안전수칙 준수에도 불구하고 부득이 벌 쏘임 사고가 발생했다면 손가락이나 핀셋으로 무리하게 벌침을 뽑지 말고, 신용카드 모서리를 이용해 신속히 벌침을 제거하도록 하고, 벌에 쏘인 부분의 감염방지를 위해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얼음주머니 등으로 찜질을 해주면 통증과 가려움증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메스꺼움이나 울렁거림, 구토, 설사, 전신 두드러기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벌에 쏘인 부분이 심하게 부어오르면서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 알레르기로 인한 과민성 쇼크가 발생한다면 신속히 119에 신고하여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에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로 인해 직장인의 57.7%가 귀성을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조상 섬김의 마음으로 벌초만은 포기할 수 없는 많은 분들이 있다. 부디 모두 벌초 안전수칙을 준수해 안전사고 없는 넉넉한 한가위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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