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눈덩이 유통 마진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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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눈덩이 유통 마진 바로 잡아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1.0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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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우리나라의 물가 문제에 있어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단계가 낙후되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물가는 초과수요나 코스트 푸시 요인 외에 유통 단계에 의해서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유통단계가 길고 복잡할수록 물가의 초복이 심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특히 농수산물과 같이 규격품이 아니고 계절성이 강한 것은 유통단계에 의해 가격이 크게 오를 소지가 많다.
유통 마진이 많다는 것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다 같이 손해를 보며 가격 상승분이 모두 중간상인 들의 손에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유통과정의 비대는 소비자의 높은 지출부담이 생산 부분으로 돌아가지 못해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면서 생산 부분도 계속 위축되는 결과를 빚는다.
최근 밝혀진 농산물의 유통 마진 실태를 볼 때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는 도내 주요 농산물의 유통 경로와 마진 판로실태를 파악하여 개선 자료로 삼기 위해 얼마 전 무, 배추, 마늘, 양파, 고추 등 5개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지와 소비지에서의 유통구조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 유통경로에는 농협을 통한 공동 출하가 20~30%에 머문 채 대다수 농민이 중간상을 통해 출하하고 있어 유통경로의 복잡 다단계 (5~7단계)로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까지 불리한 가격으로 피해를 입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생산지에서 60원에 팔린 무가 소비지에서는 130원에 거래되는 등 마진율이 54%에 이르고 있으며 배추 역시 1포기당 생산지 가격 90원이 소비지에서는 175원으로 60%, 마늘은 25%, 양파 33%, 고추 42% 등 25내지 60%라는 엄청난 마진율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판로도 공동 출하 체제의 미흡으로 중간상의 농간에 넘어가거나 소량으로 직접 시장에 나가 판매함으로써 불리한 가격을 받게 되고 과잉생산 때는 가격 조작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농산물 유통 마진의 현실이다.
유통과정은 물자의 수송, 보관, 분배를 맡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마진이 붙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최고 60%까지 마진이 붙어 원가보다 훨씬 많은 상태는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랄 수밖에 없다.
유통과정이 정상적인 기능에 의해 정상적인 마진을 얻는 게 아니라 일종의 투기행위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농산물 가격의 진폭이 유통 마진의 과다에 기인되었음을 생각할 때 우리 나라 물가, 특히 생활에서 실제 느끼는 물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산부문의 유통과정 정비가 시급함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농산물 유통과정은 그 구조가 복잡 다양하고 또 상품의 성질상 단시일 안에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어떤 이유로든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금, 세제, 행정 등 각종 방법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유도가 있어야 하겠다.
농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이 농민소득 증대와 물가안정에 다 같이 유용하다는 점에서 행정우선순위 와 다른 격에 비해 결코 뒤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생산자의 최소한 개당 70원은 받아야 운임과 인건비를 건질 수 있으나 20원에도 사갈 사람이 없어 방치해 두고 있다는 하소연 보다 더 절박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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