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歲暮)유감
상태바
세모(歲暮)유감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1.12.07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 주필

다사다난 했던 신축년(辛丑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 세모의 기분이 차츰 스며가는 것 같다.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명멸하는 가운데 벌써 1년이 속절없이 지나고 지난날의 숱한 애환(哀歡)을 제야(除夜)의 종소리에 실어 보내야만 하는 세밑이 가까워 지고 있다.

연말을 향해서 치닫는 하루하루를 넘기다보니 왠지 안절부절 해지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마저 무엇인가 초조하고 침울하게만 느껴진다. 정초에 저마다 이루어 보겠노라고 계획했던 1년지대계(一年之大計)도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가 무위 허사다.
지난 한해동안 과연 나는 무엇을 했던가 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허전함을 달래보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심정일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어차피 인생은 속고 살며 기대속에 사는 것이니 지난 1년 동안 만족스런 성과가 없었더라도 목표를 겨냥하여 무엇인가 이루어 보려는 욕구 속에 사는 것이 우리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하고 자위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자기의 앞날을 내다보며 그려보는 비전 이것이 없다면 우리 인간은 발전이나 행복감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벌써 상가의 쇼윈도에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즐비하게 진열되고 징글벨 노래소리와 함께 연말 풍경이 가속되고 있다. 성급한 친구들은 연하장 찍기에 바쁘고 망년회의 스케줄 짜기에 정신들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연말이 가까워지고 혹한이 휘몰아칠 것을 예상하면 우리 주위의 불행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다. 언제 어디서고 사회의 명암은 있는 법이지만 연말이 가까워 오면 이런 어두운 환경에서 어렵게 지내는 사람들의 처지가 새삼 쉽게 부상(浮上) 된다.
구세군의 자선 냄비가 아니라도 또 크리스마스 씰이 아니더라도 이웃의 불행한 사람들과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불우한 사람들을 위하여 따스한 마음의 손길을 뻗쳐야 하기 때문이다. 야단스럽고 번지르한 자선 PR보다는 조그만 정성일망정 어려운 사람에게 훈훈한 입김을 불어 넣어주는 따스한 마음이 우러나야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인정과 세사(歲事)가 다를바는 없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은 오늘날의 우리들 처럼 그렇게 이해타산에 구애되는 자질구레한 성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오늘의 사회는 복잡하고 생존 경쟁에 급급해서 인간의 틀마저 째째해진 감이 없진 않지만 서로를 도와야 한다는 인간의 선한 우정만은 변함 없이 간직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이제 백팔(百八)의 번뇌와 망년주(忘年酒)의 한잔에 회포를 달래며 지난 한 해를 반성해 보고 희망찬 새해(壬寅年)를 향해 사회가 안정되고 알찬 설계를 해보고 싶어지는 송구영신(送舊迎新)에 다가오고 있는 제야와 함께 모든 국민이 화합하여 선진 민주화를 위해 매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