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가짜 일자리’ 전체주의 체제로 빠져들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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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가짜 일자리’ 전체주의 체제로 빠져들 가능성 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1.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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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시민이 권력에 의한 일자리 배분에 중독돼 갈수록 그 나라는 전체주의 체제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진다. 
러시아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이를 두고 “일하지 않는 사람이 굶어 죽는 게 아니다.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굶어 죽는다”고 예언했다. 한국 사회에 한때 이런 유혹의 손길이 뻗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 처음으로 주재한 청년 일자리 점검 회의에서 “각 부처에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 관념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로 하여금 ‘모범 고용주’가 될 것을 지시했다.

그 후 문 정부는 매년 30조원씩 예산을 쏟아 부으며 온갖 이름의 청년 일자리를 쏟아냈다. 풀 뽑기, 고객 안내, 홍보물 배포, 강의실 불 끄기 등 혁명적 신규 일자리가 청년들을 불러들였다. 라텍스 침대 라돈 측정이라는 ‘첨단 기술직’도 등장했다. 이렇게 해서 문 정부 5년간 만든 알바 자리가 무려 400만개다. 하지만 이럴 줄 알았다. 그 사이 주 40시간 이상의 풀타임 일자리는 200만개 이상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장을 찾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했지만, 비정규직은 오히려 150만명이나 늘었다. 취임 첫해 32.9%였던 비정규직 비율은 작년에 38.4%였다. 그런 문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삼성·현대차 등 6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며 돌아선 것이다.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이제라도 진실을 깨달았다는 회오(悔悟)의 마음인지, 아니면 자기 실책은 외면한 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제 할 바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뒤집어씌우려는 것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둘 다 아니면 혹시 같은 당 대선 후보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전하려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그렇다 한들 이재명 후보가 경청하는 것 같지는 않다. 현 정부의 과오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한 발 더 나가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청년에게 1인당 연 20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청년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1000만원 마이너스 통장의 기본대출’ 공약을 내놓더니 요즘엔 최대 5년 전의 월세도 공제해주는 이월공제 도입까지 약속한다.
그럼 2030은 이 같은 청년대책에 만족하거나 지지하고 있을까. 불행히도 2030은 ‘무당 경제학(voodoo economics)’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이 후보가 제안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20만∼30만원 추가 지급조차 국민 60.1%(20대 68.0%, 30대 60.9%)가 반대하는 마당에 현금 살포성 일자리 대책들이 ‘뻥’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눈치 챌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력이 나눠주는 일자리의 속성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30 특히 MZ세대가 원하는 일자리는 제대로 된 기업이 제대로 만든 일자리다. 그것이 자신의 삶과 미래를 확고히 구축해나갈 수 있는 도약대라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실현할 청년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한 그들의 마음을 사기는 어렵다.
진정으로 이 나라 젊은이들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우리나라의 대기업을 10개 더 만들겠다고, 스타트업들이 마음껏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해 보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신년사에서 말했듯 “기업 할 맛 나는 세상”이 출현한다면 굳이 대통령이 나서지 않더라도 기업들 스스로 젊은이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5·16군사혁명 후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박정희 장군을 찾아가 기업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기업을 죄악시하면 일시적으로 국민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경제는 발전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직언했다. 과격한 개혁을 부르짖던 영관급 장교들과 달리 박정희는 이병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정부와 기업은 경제 발전의 파트너가 됐다. 그 만남이 세계 10위 경제 강국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은 이런 역사의 교훈을 망각했고 젊은이들은 ‘잃어버린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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