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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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클래스 손흥민28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5.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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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번 못다한 자세한 이야기다. 월드 클래스 손흥민은 5월 23일 0시(한국시간) 열린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마지막 38라운드 노리치시티전에서 리그 22, 23호골을 터트리며 팀의 5대 0 승리와 함께 역사를 새로 썼다. 손흥민은 리그 23골로 살라흐와 함께 공동 골든 부트(득점왕)를 차지했다.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했다.
경기 내내 침묵하던 손흥민이 상대 골망을 가른 것은 70분쯤 되었을 때다. 75분 다시 1골을 더 터트려 단독 득점왕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안겼지만, 그러나 후반 교체 투입된 리버풀의 살라흐가 골을 넣어 동률이 되고 말았다. 문자중계일망정 이렇듯 피를 말리는 축구 경기를 언제 또 본 적이 있나 할 정도의 득점왕 경쟁이 펼쳐졌다.

그렇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이란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유럽 5대 리그(EPL·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독일 분데스리가·프랑스 리그1·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도 최초다. 경기 후 콘테 감독은 “우리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기 전에 손흥민의 리그 득점왕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매우 행복하다”며 기쁨을 전했다.
손흥민의 단짝이자 공격 파트너인 케인은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며 찬사를 보냈다. 케인은 “손흥민의 (득점왕) 수상을 축하한다. 그는 타이틀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번 시즌 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토트넘 동료인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도 “우린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손흥민의 득점왕을 축하했다.
마이데일리(2022.5.23.)에 따르면 특히 리그 23호골에 대한 영국 현지에서의 극찬이 이어졌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해설가 길모어는 “말이 필요 없다. 손흥민은 스스로 공간을 만들었고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클래스가 다른 선수”라고 언급했다. 영국 이브닝스탠다드 역시 “손흥민의 두번째 골은 굉장하게 감긴 슈팅으로 트레이드마크였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은 37라운드 번리전 직후 솔직하게 득점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찬스에서 득점하지 못한 건 나”라며 반성한 손흥민은 “그런 기회에서 득점해야 득점왕이 될 수 있다. 물론 (득점왕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생각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순간”이라고 말하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아직 1경기가 남아있고, 내가 해야 할 건 잘 준비해서 찬스가 나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또 (득점왕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앞에 있다. 그걸 이루려 하다 보면 다른 부분들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4위를 지켜 얻는 UCL 진출권이 먼저임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손흥민이 말한 대로 이루어진 셈이다.
손흥민은 노리치시티전을 마친 후엔 “득점왕을 차지한 것을 믿기 어렵다. 믿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일이다. 말 그대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믿을 수 없다. 득점에 성공하기 전까지 빅찬스들을 놓쳐 정말 실망스러웠다. 쉬운 찬스들을 놓쳤고 어려운 상황에서 득점을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 골을 넣는 것을 원했다. 팀이 많은 도움을 줬다”는 소감을 밝혔다.
일본·중국 언론도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 손흥민에게 찬사를 보냈다. STN스포츠(2022.5.23.)에 따르면 일본 축구 전문 매체 ‘게키사카’는 “손흥민이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 댓글에도 손흥민을 칭찬하는 글들로 넘쳐났다. 한 일본 네티즌은 “아시아인이 EPL 득점왕에 오를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새 역사를 만들었다. 페널티킥 득점 없이 23골은 정말 대단하다”라고 열광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명실상부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됐다. 인성도 훌륭하고 더욱 사랑받는 선수가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대단하다. 아시아 축구의 편견을 득점왕이라는 성과로 엎어버렸다. 손흥민의 인내와 노력으로 일궈냈다. 솔직히 축하한다”라고 부러워했다. 이외에도 네티즌들은 “감동해서 울었다. 아시아의 자존심이다. 자랑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평소 손흥민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중국 언론도 이번엔 다른 반응을 보였다. OSEN(2022.5.23.)에 따르면 ‘텐센트 스포츠’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선수 득점왕이 됐다. 아시아 선수가 세계 최고 리그에서 신화를 썼다”고 칭찬했다. 이어 “아시아 공격수들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골든부츠를 손흥민이 해냈다. 수년간 끊임없이 노력한 손흥민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내가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란 제목의 글을 처음 쓴 것은 2020년 12월 15일(전북연합신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다가 추미애·윤석열 소동과 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티격태격 등 국민들 피로도가 고조되어 있는 나날이다. 뭐 하나 신나는 일이 없는 시국이라 월드 클래스 손흥민의 골 소식이 더 기분 좋은 뉴스로 다가오는 지도 모를 일이”라 쓴 글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론 손흥민이 장하고 기뻐서 쓴 글인데 시리즈 28까지 이어졌다. 1년 6개월 동안 손흥민의 활약을 지켜보는 중 가장 기쁘고 신나는 순간이라 할까.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왕으로 우뚝 선 손흥민. 명실상부한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다. 다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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