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교육부장관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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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교육부장관 임명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8.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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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16년 2월말 교단을 떠난 이후 전체적 글쓰기는 늘어났는데, 줄어든 분야가 있다. 최근 3년 사이에 펴낸 ‘진짜로 대통령 잘 뽑아야’·‘뭐 저런 검찰총장이 다 있나’ 같은 책을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인데, 바로 교육분야다. 시간이 많아져 글쓰기가 늘어난데 비해 아무래도 교직을 떠난 입장이라 이런저런 교육계 문제는 덜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럴망정 도저히 그냥 묵과하기 어려운 게 있다. 바로 음주운전 전력 등 의혹 투성이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박순애 후보자의 임명 배경에 대해 “국가교육위원회 구성도 하고 여러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다.

당장 지명 철회를 요구해온 교육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가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박 장관에 대해 “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음주운전 혐의와 이에 따른 선고유예에 대한 해명 없는 사과,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윤리 불감증, 교수 재직시 조교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이게 박 장관의 이력이 됐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박 장관의 과거 만취 음주운전은 교육부 장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전력”이라며 “교육부 장관의 이력은 우리나라 교육이 목표로 하는 바람직한 인간상과 거리가 멀다. 박 장관의 임명은 교육공무원들의 교육부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의혹이 있지만, 박 교육부장관의 가장 큰 문제는 음주운전 전력이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2001년 12월 음주운전 적발 때 박 장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당시 면허취소 기준(0.1%)의 2.5배였다. 2002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박 장관에게 벌금 250만원형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박 교육부장관은 당시 숭실대 조교수 신분이었지만, 학교에서 따로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같은 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가 선고유예를 받은 비율은 전체 사건의 0.67%에 불과했다. 어떻게 그 어려운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할 부분인데, 청문회 절차 없이 강행된 장관 임명이라 사실상 진실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6월 10일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해 과연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당선된 게 맞는지 의아스럽게 한다. 박순애 교육부장관 임명 직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음주운전 자체는 잘못된 것이지만 20년 전 일”이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주운전에 대한 교육당국의 처벌은 가혹할 정도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교육부·교육청 공무원 음주운전 관련 징계 현황’이 그걸 말해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모두 547명이다. 이 가운데 311명은 파면·해임·강등·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와 별도로 최근 3년간 음주운전으로 퇴직교원 포상에서 제외된 교원도 1,19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상 신청자 3만 2,483명 가운데 결격자 2,621명의 46%가 음주운전으로 포상을 받지 못한 것이다. 포상을 받은 바 있는 박 교육부장관보다 더 오래 전의 음주운전 이력으로 탈락한 교원도 408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관 임명도 그렇지만, 특히 20년 전 일 운운한 권성동 원내대표 발언이 많은 국민의 부아를 돋군다. 21년 전(1995년) 교통사고 벌금형이 문제가 돼 정부포상을 받지 못한 채 퇴직한 나부터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재직기간이 32년 10월이라 훈장 대신 근정포장에 해당하는데, 받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21년 전 금품수수·음주사고·성문란 등 3대 주요 비위(非違)도 아닌 교통사고로 벌금 500만 원을 낸 것이 그 이유였다. 규정이 그러냐며 전화를 끊었지만, 너무 가혹한 ‘정부포상업무지침’이란 생각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동시에 억울한 생각도 고개를 쳐들어 그걸 삭히느라 힘든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퇴직할 때까지 선생을 하는데 지장은 없었지만, 나는 나라에서 21년 전 본의 아닌 교통사고 벌금형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사면은커녕 ‘주홍글씨’ 같은 낙인을 찍어 영원히 써먹는 줄 몰랐다. 당연히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끓어 올라 어쩔 줄 몰라했다. 이건 아니지 싶다며 생긴 울분을 겨우 삭힐 수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아문 상태인데, 20년 전 음주운전이니 아무 문제 없다며 박 장관을 한 나라의 교육 수장으로 임명해 그 상처를 헤집어 다시 덧나게한 꼴이다. 20년 전 음주운전이라 장관 임명해도 괜찮다니 나로선 그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알 수 없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처구니없는 교육부장관 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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