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연장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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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연장전이 없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8.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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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운동경기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때는 연장전에 돌입한다. 연장전은 공인구를 사용하는 구기 종목에만 해당된다. 특히 축구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갔지만 승부가 나지 않을 때는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구기종목과는 달리 인생에는 연장전이 없다. 평생 한 번뿐인 경기가 인생이라는 경기이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80~9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속에서 한시적으로 살다 가는 게 인생이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학문이 있지만 인생을 제대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문은 없다. 학문이란 궁극적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일이다. 이때 진리란 우주 삼라만상의 질서를 설명하는 이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찾아서 해결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원리를 포함한다.

사회에는 법규를 준수하고 도덕, 윤리, 예의범절을 지키면서 사는 게 인간의 도리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정해진 법을 어겼을 때는 국가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도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 도덕과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사회와 국가라는 공동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든 인생이라는 열차에 탑승해야 한다. 인생 열차에 몸을 싣고 달리다 보면 종착역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죽음이다. 태어나 나이 들고 병들면 앓다가 죽는다. 이것은 생명이 불가역적으로 정지되어 다시 살아나지 않는 상태로서 돌이킬 수 없다.
죽음을 생각하면 참 기가 막힌다. 방금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고 죽어 있는 모습을 보면 허무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생물학적 종착역을 향해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기차 안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그 꿈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우리는 보통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의 꿈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행복을 추구한들, 거창한 꿈을 꾼들 지나고 보면 순간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쌓아 올린 무수한 업적도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세상일에 미련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러한 허무감과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를 만들었고,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철학을 만들었다.
도대체 사람으로 태어나 억만의 부를 쌓고 최고의 권세를 누린 들, 최고의 지식을 쌓는 들, 만인의 존경을 받는 들,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기껏해야 백 년도 못 사는 인생. 그렇게 집착하고 얽매이고 피땀 흘리며 구하던 것들도 일단 병들고 죽게 될 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죽어 이름을 남긴다 한들, 위대했던 아무개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한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결코 비관론을 들먹이는 게 아니다.
인간은 삶의 종착역에 이를 때에는 허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나는 과연 허무주의자인가, 비관주의자인가? 아마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만 나는 극단적 허무주의가 아닌 능동적 허무주의자다. 허무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은 끝없는 영혼과 같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는 덧없는 꿈과 같다.”고 했다. 쇼펜하우어는 또한 “삶은 시간과 공간의 백지 위에 의지가 그려놓은 짓궂은 그림이다. 이 그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면 그 뒤에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고 했다. 쇼펜하우는 인생은 고통과 고해라는 부정적인 진단을 내렸지만 인생 자체를 절망하지는 않은 철학자였다. 그는 “의지의 본질이 결핍을 채우려는 힘이고 삶 자체가 총체이므로 삶 자체는 원천적으로 절망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긴 해도, 일단 태어났다면 생의 의지로써 이 괴로운 세상에 치열하게 저항하며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은 연습이 없고 연장전도 없다. 인생을 한번 살아 보고 잘못 살았다고 생각될 때 수정을 한 후 다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태어나자마자 대본도 시나리오도 없는 실전이다. 물론 선택도 잘해야 한다. 그래서 매 순간이 새로운 삶이다. 내일을 오늘 미리 살 수 없다. 어제의 삶을 다시 살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매 순간을 실전으로 살아야 한다. 시간이란 한시도 멈춤이 없고 전진만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아온 발자취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크건 작건 하루에 한 가지씩 좋은 일을 하며 살자. 공동체를 위해서, 공익을 위해서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삶이 참다운 삶이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할 뿐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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