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어루만져주는 사람
상태바
미래를 어루만져주는 사람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9.22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 주필

 

“오늘은 학교 가기 싫다”라는 말에 “네가 선생님인데…”라는 엄마의 대답을 보며 웃음이 ‘빵’ 터졌던 광고가 있다.
이에 부탄에서 제작된 영화 ‘교실 안의 야크’ 스포일러를 하고 싶다. 여기도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학교 밖 세상, 즉 호주에 가서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 도시의 청년 선생님이었다. 교원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은 그는 결국 근로 계약기간 1년을 채우기 위해 도심에서 차가 닿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차가 다니지 못하는 길을 8일 동안 걸어 인구 56명이 사는 허름한 학교에 도착한다. 운동장 끝에 있는 화장실은 나무막대가 다 썩어가는 재래식 화장실이었고, 태양광전기는 휴대폰 충전조차 되지 않았다.

학교를 본 선생님은 촌장에게 “촌장님, 전 여기서 어떻게 가르치나 싶네요. 전세계에서 가장 외진 곳이잖아요. 저는 못 하겠어요. 제가 지원한 것도 아니고…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도시에서 온 선생님이 궁금해 창문에 매달려 학교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이 선생님은 떠날 생각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 나가보니 학급반장이 수업은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하는데, 지금은 9시여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왔다고 했다. 수업이라는 소리에 놀란 선생님, 그래도 부지런히 준비해서 교실로 향한다. 교실에 얌전히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각자 자기소개를 하라 한다. 상게라는 학생은 커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물어보니 “선생님은 미래를 어루만져주는 사람이라서요”라고 답한다. 그 선생님은 이런 말을 사범대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놀랜다.
동네주민들은 쌀과 치즈 등 먹을 것을 모아 선생님에게 가져다주고, 야크를 교실 안에 키워 그 똥으로 불을 피우라고 한다. 본인 동네엔 학교가 없어 손녀를 이끌고 학교 있는 마을에 천막을 지어놓고 선생님을 기다리는 노인, 선생님에게 극진하게 존경의 예를 갖추는 촌장 등을 보면서 선생님은 생각이 많아진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선생님은 전에 선생님이 남겨놓은 교과서와 학용품들을 챙기고, 교실을 깨끗이 청소를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반장이 알려준 대로 8시 30분에 학생들 모이는 종을 울린다. 그리고 국기를 달고 국가를 부르게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두고 동네 떠나는 것을 포기하고, 촌장님께 칠판을 만들어 달라 부탁한다. 칠판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이 종이가 없는 것을 알고 방의 추위를 막기 위해 붙여놓은 두꺼운 전통지를 잘라 아이들에게 학습을 위한 종이를 나눠준다. 아이들은 이 종이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지만, 선생님은 그에 답하지 않고 답을 회피한다.
영어수업 중에 ‘car(자동차)’를 가르치다가 아이들이 자동차가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말에 당황한다. 어느 날 학교에 도착한 소포에는 단어와 그림이 새겨진 벽에 붙이는 글자판, 공, 노트, 칫솔과 치약 등이 준비되면서 교실이 완성된다. 게다가 같이 보내진 기타를 치며 운동장에서 선생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수업시간은 한편의 동화가 된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교탁에 누워서 선생님 찍는 동영상이 나돌고 있다. 또한, 선생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불러 타이르려 하자 주변에 있는 톱을 들고 “선생님은 날 때릴 수가 없지?” 놀리며 복도로 나가 서로 싸우던 학생을 톱으로 겁을 주는 게 학교현장이 되고 있다.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들이 무서워서 심리적 치료를 받고, 학교에 출근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채찍을 들어야 해!” 라고들 하지만, 다시 채찍을 들자는 말 또한 아니다.
학교 안에서 선생님도 학생도 보호가 되지 않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근대지식을 가르쳐 학생들이 공익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근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교육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우리 자녀가 잘 먹고 잘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의 기강이 무너지면 아이들이 이 사회를 지탱할 힘이 있을까 싶다.
학교엔 교사와 학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교사가 즐거우면 학생이 행복하다. 학생이 행복하면 수업도 즐거워진다. 수업이 즐거워지면 학생들의 성적 또한 상승한다. 성적이 향상되면 학교에 대한 학생들에 대한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이 줄어든다.
교사라는 직업에 의욕 없던 그 선생님은 극진히 섬기는 촌장님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만나면서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돼 계약기간을 마치고, 호주에 가서 가수가 됐지만, 야크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클로징되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다시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행복한 교육을 꿈꾸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교육은 변화니, 개혁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학생의 미래를 어루만지는 교육’을 위한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