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권력에 맞서 50년 간 전쟁을 치른 시사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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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에 맞서 50년 간 전쟁을 치른 시사만화가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09.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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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김성환을 대표하는 ‘고바우 영감’은 1950년 육군본부가 발행한 ‘사병만화’에 첫 선을 보인 후 1955년 2월 1일 ‘동아일보’ 연재를 시작으로 ‘조선일보’(1980년부터), ‘문화일보’(1992년부터)를 거치며 50년 간 총 14,139회 연재된 최장수 4칸 시사만화가 이다.
작은 키에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기른 고바우 영감은 뾰족 솟은 머리칼 한 올로 감정을 표하고 수염에 가려진 입으로 지배 권력을 정론직필를 묘사해 정의로히 비판했다.

초기에는 무언만화 형식의 유우머에 집중했으나 이내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풍자와 날 선 비판이 주류를 이루며 ‘김성환만화=고바우영감’이라는 등식이 만들어 졌다. 성과와 과오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4·19민주혁명으로 막을 내린 이승만 정권, 5·16군사정변과 12·12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졌던 한국의 현대사는 부정하기 어려울 만큼 혼탁했다.
한치 앞을 예단하기 어려운 시기를 고바우 영감은 특유의 걸음으로 돌파했다. 어느 사이 영감은 우리 사회의 권력과 비민주적인 것에 맞서 싸우는 투사가 됐다.
1958년 1월 28일자 ‘동아일보’는 김성환이 서울시경에 불려가 심문을 받았고 같은 해 1월 23일자에 그린 ‘고바우 영감’ 만화로 인해 입건 될 수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만화 내용이 ‘국가에 대한 조롱이 담겨있고 불순하다는 이유로 경범법 위반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신문만화가 본시 사회풍자를 지향하는데다가 만화 자체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인데도 이를 악의적으로 곡해하고 수사기관에서 입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선거 대비용이라 논하며 ‘어디까지나 사회의 어지러운 현상을 풍자를 한 것이지 경무대를 모욕할 의사는 추호도 없는 것이며 또 결과적으로 모욕이 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김성환의 입장을 전했다.
벌금형으로 끝난 이 사건 이후로도 김성환과  고바우영감은 권력의 북이라도 되는 양 시시때때로 두드려 맞았다. 하지만 고바우의 머리털이 구부러질지언정 김성환과 영감님은 이를 피하지 않았다. 탄압이 있으면 또 그 사건을 만화화하는 방식으로 절대권력과의 싸움에 물러섬이 없었다.
고바우가 인기를 끌면 끌수록 정부의 검열과 통제 수위도 높아졌다. 경무대(당시 청와대)의 절대권력을 비판하는 만화나 재벌그룹을 위한 법 개정을 비판하는 만화로 인해 즉결재판과 벌금형을 받기도 했고 군사정부를 비판한 내용으로 인해 괴인들의 미행, 정보부 요원들에 의한 취조와 공갈 협박 등을 받기도 했다.
1963년 AP통신이 ‘말을 함부로 못하게 된 한국인’이라는 제목으로 고바우를 소개하고 군사정부의 언론탄압 소식을 전하면서 고바우는 국내외로부터 주목 받는 만화 주인공이 됐다. 이후 군사정부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고 ‘고바우가 신문에 실리지 않는 날은 한국에서 특종이 터지는 날(무언가 정부가 감출 일이 생긴 날이라는 의미)’이라는 말이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떠돌기도 했다.
고바우는 그렇게 한국 현대사에서 발생한 14,139건의 정치사회적 사건사고를 풍자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 중 백미는 1960년 4월 2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만화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를 결의했다는 기사가 1면에 실린 이날 ‘고바우영감’(1840회)은 달라질 세상에 대한 안도의 한숨과 함께 ‘검열제가 철폐되어 이젠 나를 찾았는데/그동안 많이 상했구나.’라며 기대 또는 또 다른 걱정이 담긴 한마디를 내 뱉는다.
이를 4칸 안에 담기 위한 연출 방식 역시 돋보인다. 점점이 사라졌던 고바우의 모습이 원상태로 돌아오지만 마지막 컷 속에서 거울을 보는 고바우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그런 일이 반복되기를 또 십 수 년, 반백년을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와 싸웠던 고바우는 2000년 ‘문화일보’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하며 고바우 또는 김성환이 걸었던 길을 묘사한다.
그 혹독했던 시기를 ‘춘풍(春風)’이라 했고 ‘추우(秋雨)’라 기억하며 사람들의 ‘건강’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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