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홍보 무색해진 흥행참패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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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 홍보 무색해진 흥행참패 영화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0.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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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6월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에 이어 8월 19일 브래드 피트가 한국을 찾았다. 그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세계적 배우들로 각각 자신이 출연한 영화 ‘탑건: 매버릭’과 ‘불릿 트레인’ 홍보차 한국에 왔다. 톰 크루즈는 10번째, 브래드 피트는 4번째 한국 방문이다.
그런데 두 영화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6월 22일 개봉한 ‘탑건: 매버릭’이 10월 3일 현재 816만 넘는 관객인 반면 8월 24일 상영에 들어간 ‘불릿 트레인’은 1주일간 고작 12만 명 남짓만 극장을 찾았을 뿐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 1주일 관객이 그 정도라면 흥행은 물건너 간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10월 3일 기준 ‘불릿 트레인’ 관객 수는 14만 명 남짓이다.

브래드 피트 방한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테넷’·‘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으로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인 애런 테일러 존슨도 함께 했다. 한국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내한(來韓)이 분명하지만 그런 결과가 나왔다. 내한 행사부터 ‘불릿 트레인’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8월 19일 저녁 6시 15분으로 예정돼 있던 ‘불릿 트레인’ 레드카펫 행사가 브래드 피트와 애런 테일러 존슨의 지각으로 약 45분 가량 지연됐다. 이후 예정된 무대 인사 일정까지 줄줄이 지연됐다. 주최 측이 폭우와 금요일 퇴근길이 겹쳤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브래드 피트와 애런 테일러 존슨의 내한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관객들의 기분은 상할대로 상한 상태였단다.
게다가 영화 개봉 후 왜색 논란까지 덧씌워지면서 ‘불릿 트레인’은 쫄딱 망한 길로 접어들었다. 일본 소설이 원작인 ‘불릿 트레인’은 출발부터가 왜색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한 “배우들 대부분은 할리우드 출신이지만, 일본 문화에 근간을 둔 극 중 배경과 몇몇 서사들 사이의 이질감이 불편함을 자아낸다”는 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가 영화 ‘머니볼’ 홍보차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11년 11월이다. 브래드 피트는 2013년 6월 11일 다시 한국을 찾았다. ‘월드 워Z’ 홍보를 위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이루어진 한국 방문이었다. 고작 3시간 공식 일정을 위해 호주에서 감독(마크 포스터)과 함께 이 땅을 밟았으니 홍보라곤 하나 보통 지극정성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무대에 오른 브래드 피트는 “지난 번(2011년)보다 더 환영해주는 것 같다”면서 “여러분을 위해 훌륭한 작품을 준비했으니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월드 워Z’의 극장 관객 수는 자그마치 524만 명 남짓이다. 64만 명의 ‘머니볼’에 비해 10배 가까운 관객 수다.
2014년 11월 브래드 피트가 다시 한국에 왔다. 3번째 방한인데, 홍보했던 영화는 ‘퓨리’(2014)다. 1년 남짓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열정을 보인 셈이다. 대박난 ‘월드 워Z’를 그리워하거나 내심 기대했겠지만, 그러나 ‘퓨리’의 관객 수는 136만 명에 그쳤다. 그리고 8년 만에 ‘불릿 트레인’을 들고 다시 한국을 찾았지만, 결과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하긴 ‘탑건: 매버릭’으로 흥행역사를 새로 쓴 톰 크루즈 경우도 그의 방한 홍보가 무색할 만큼 ‘잭 리처’(2013)·‘잭 리처: 네버 고 백’(2016)처럼 100만 관객도 들지 않은 영화들이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내한 홍보한다고 해서 다 흥행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내친김에 되돌아보면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 홍보에도 망한 영화는 수없이 많다. 가령 감독 겸 주연을 맡은 러셀 크로우가 3박 4일 일정으로 내한해 홍보한 ‘워터 디바이너’(2015)는 약 13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러셀 크로우보다 10일 정도 앞서 한국땅을 밟았던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2015)은 그보다도 못한 11만 명 남짓에 그쳤다.
특히 ‘존 윅’의 경우 키아누 리브스가 ‘스트리트 킹’(2008) 이후 7년 만에 2박 3일 일정으로 내한해 홍보를 펼쳤다. 무엇보다도 ‘존 윅’은 키아누 리브스가 ‘매트릭스’ 이후 15년 만에 액션 히어로로 돌아와 화제가 됐던 영화다. 북미 지역에서 개봉 2주차 주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영화라 11만 명에 불과한 관객 수는 가히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 1, 2편에서 미카엘라를 연기한 할리우드 스타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에 출연, 한국을 다시 찾은 바 있는 메건 폭스도 비슷한 경우다. ‘닌자 터틀’(2014)을 들고 조나단 리브스먼 감독 등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은 그는 3박 4일 동안 시구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 일정을 소화하고 떠났지만 극장 관객 수는 40만 명에 그쳤다.
1761만 명 넘게 본 ‘명량’의 최민식이 스칼렛 요한슨과 공연한 ‘루시’(2014)는 조금 더 나은 경우다. 거장 뤽 베송 감독이 내한해 2박 3일 동안 ‘루시’ 홍보에 나섰다. 영화관을 대관해 직접 최민식이 이순신을 연기한 ‘명량’을 보고 라디오에도 출연하는 적극성을 보였지만, ‘루시’는 197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최민식의 할리우드 출연작이라는 화제성마저 없었다면 스코어는 더 줄어들 수 있었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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