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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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팍스
  • 허성배
  • 승인 2022.10.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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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아메리카니즘은 미국인이 자국을 사랑하고 이익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가리킨다. 20세기 세상에 제일 크게 영향을 미친 사상이기도 하다. 그 미국적 정신은 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대량소비 그리고 팝·재즈·청바지·코카콜라 같은 문화로 대변된다.
이런 거대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은 지역은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와 북한 정도가 아닐까. 세계 각지에 파견된 미군은 아메리카니즘을 전파한 견인차. 특히 성조기를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는 정의를 수호하고 공동체를 구하는 영웅을 탄생시켰다. 레이건 시대의 ‘람보’ 시리즈는 그 표상이다.

사실 레이건 대통령은 ‘할리우드의 산물’이라 칭한다. 영화배우 생활을 하면서 훗날 정치에 활용할 연기 기술을 연마했다는 것이다. 1980년 현직인 카터와 맞붙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그는 유머 능력이 탁월했다. 재치 넘치는 즉흥적 농담은 상대를 편하게 만들고 기운을 북돋웠다.
그것은 방대한 독서력과 뛰어난 기억력 덕분에 가능했다. 적시 적소에 응용할 비유와 사례가 준비돼 ‘줄지 않는 보물창고’라 불렸다. 자신의 낮잠은 ‘개인적인 작전타임’이라 에둘렀다. 그는 냉전을 종식한 주역이자 놀라운 소통 능력도 겸비했다. 작금 막강한 미국을 만든 훌륭한 지도자로 평가된다.
오늘날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 패권국. 그 권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장벽을 둘러친 외국의 수용소와 은밀히 감춰진 섬의 군사시설과 GPS 안테나 기지국이 그러하다. 또한 정밀타격체계도 그들만 누리는 특권.
현대판 제국은 영토가 아닌 해외기지 방식으로 실재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합쳐 13개 내외이고 러시아는 9개를 보유한다. 반면 미국은 무려 800개에 이른다.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돼 미국 제국이란 거대한 실체를 형성한다.특히 중요한 기지는 섬에 위치한다. 보안 유지를 위한 최선의 장소인 탓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트루먼 대통령은 새로운 해외정책을 발표했다. 식민 지배는 완화하고 작은 도서와 기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요지. 이에 따라 미국 해군은 ‘전략적 섬 개념’으로 일컫는 계획을 수행했다.
필리핀은 독립 후에도 군사기지가 설치됐고 푸에르토리코도 해군이 주둔했다. 괌은 미국 시민권 획득 대가로 대규모 군사력이 배치됐다. 하와이는 도서 하나를 군사용 시설로 제공하면서 주로 승격했다. 일본 오키나와섬도 비슷하다. 현재 20%는 미국이 관할한다. 한데 미군의 일본 점령은 신의 축복. 엄청난 일자리가 창출됐고 한국전과 베트남전 군수품 조달로 경제 번영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목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투가 한창이다. 거인 골리앗을 맞은 다윗처럼 예상을 뒤엎고 선전 중인 약소국 맞짱이 돋보인다. 강국이 자행하는 무소불위 깡패 행위를 보면서 지구촌 경찰 역할을 담당할 패권국가 존재가 간절해진다. 17세기 영국 사상가 홉스도 그런 방책을 펼쳤다.
그는 인간이 처한 자연 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보았다. 그래서 평화는 무력을 독점해 질서를 유지할 강력한 국가를 통해 이뤄진다고 피력했다. 독일의 칸트는 다른 처방을 내놓았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국가들 간에 평화 동맹이 필요하다고. 이는 국제연합 탄생의 토대가 됐다. 
필자는 홉스의 고견에 공감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절실한 듯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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