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긴축이 불러올 한국의 신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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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긴축이 불러올 한국의 신용 위기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1.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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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최근 일본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마음에 걸렸다. 엔·달러 환율은 1990년 이후 최저치다. 
영국은 양적완화와 비슷한 일을 하려다 결국 트러스 총리의 사퇴가 있었다. 그리고 긴축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양적완화 조치를 하는 나라가 있다. 일본, 중국, 튀르키예(터키)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엔·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일본은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서는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이 이를 판다면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올라간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나스닥은 떨어지게 돼 있다. 즉,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가 나스닥의 하락을 불러온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입장으로 본다면 일본의 긴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거의 제로 금리였다. 따라서 일본의 싼 엔화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사업자가 많았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파는 것뿐 아니라 해외에서 자산을 팔거나 대출을 회수해 일본으로 가져올 수 있다. 1997년 당시 일본 자금이 빠져나가 한국은 IMF 사태를 맞았다. 물론 한국은 당시보다 훨씬 많은 외화보유액을 기록하고 있어 외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일본의 대출자금 회수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 부도가 나는 경우 처음 부도를 맞는 사람은 앞뒤 안 가리고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는다.
요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대에 육박하고 저축은행은 6%가 넘고 있다. 왜 이렇게 예금 금리가 높을까. 당연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대까지 올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채 시장이 망가져서다. 지금 주식시장이 빙하기다. 따라서 기업은 당연히 주식공개 즉, IPO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끝났다. 무이자로 자금을 끌어오는 시장은 이제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한전이 5%대를 주니 웬만한 회사채는 7~8%를 줘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금리를 준다 하더라도 회사채는 요즘 팔리지 않는다.
롯데건설이 지난달 18일 2천억원을 유상증자한 데 이어 5천억원을 롯데케미칼로부터 석 달간 빌리기로 했다. 그래서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에 돈을 빌린 것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요즘 기업은 돈이 필요해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은행에서는 무작정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이 많아야 더 많이 대출해 줄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이 시중에 5%대 특판 예금을 판매하고 있는 이유다.
당연히 기업에는 7% 이상의 고금리로 빌려줄 것이다. 은행도 이젠 아무나 막 빌려줄 수 없다. 돈 빌려준 곳 중에 부도가 나면 은행의 부실 자산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들은 돈이 모자란다. 그래서 비싸게라도 돈을 빌리고 싶지만 기업들은 갈수록 돈 빌리기가 더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대내외 긴축으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의 긴축 시작은 우리나라에 신용경색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쓰나미는 결국 가계부채 시장을 때리고 부동산을 추가로 하락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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