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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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2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2.12.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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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잘 싸운 것은 “입국할 때 죄송하다고 하지말고 당당하게 들어왔으면 한다”는 팬들의 당부만 봐도 알 수 있다. ‘죄송 금지’, ‘미안 압수’의 팬들 바람이 전달됐는지 12월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돌아온 우리 선수들은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4년 전 러시아, 8년 전 브라질 월드컵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계약 종료와 함께 대표팀을 떠나기로 한 벤투 감독은 “반겨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장 손흥민은 “우승 후보 브라질을 만난 건 불운”이지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팬들 응원 덕분”이라며 기뻐했다. 일약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은 자신이 두 골이나 넣은 가나전보다 손흥민 도움으로 황희찬이 역전 결승골을 작렬시킨 “포르투갈전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도하의 기적’으로 불리는, 극적인 16강 진출에 대한 많은 보도중 쏙 들어오는 게 있다. “감독의 유연한 전술 변화, 선수들의 뛰어난 수행 능력, 똘똘 뭉친 팀 분위기. 여기에 행운까지….”(한겨레, 2022.12.5.)라며 파울루 벤투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돌풍을 일으킨 극적 배경의 다양한 요소를 분석한 기사다.
이미 여러 글에서 앞의 내용들은 다룬 바 있어 여기서는 도하의 기적, 극적인 16강 진출에 따른 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한 게 그렇다. 1승 1무 1패는 16강 진출보다 탈락 확률이 훨씬 높은 성적이다. 한국은 2006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였다. 2006년에는 탈락했고, 2010년에는 진출했다. 
단,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선 50% 확률이었다. 1승 1무 1패로 16강 진출과 탈락 나라가 각각 2개국이어서다. 하긴 멀리 갈 것도 없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만 보더라도 1승 1무 1패를 하고 16강 진출이 좌절된 국가는 에콰도르ㆍ멕시코ㆍ튀니지ㆍ독일ㆍ벨기에ㆍ카메룬ㆍ우루과이 등 7개국이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 가운데 멕시코와 독일은 골득실, 우루과이는 다득점으로 탈락하는 불운을 맛봤다. 같은 1승 1무 1패인데도 폴란드ㆍ스페인만 한국과 함께 16강에 진출했을 뿐이다. 7개국에 이르는 16강 탈락팀이 3개국 진출팀보다 두 배 이상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1승 1무 1패로 이룬 16강 진출을 어찌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경기에서도 운이 따랐다. 0대 0으로 비긴 우루과이전부터 그랬다. 두 번이나 상대 선수 슈팅이 골대를 맞아서다. 우리가 2대 3으로 진 가나전이지만, 우루과이와 맞붙은 가나가 순전 우리편이었던 것도 운에 속한다. 우루과이와 가나는 월드컵 악연이 있다. 두 팀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8강에서 만났다.
1대 1 상황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가나의 유효슈팅을 우루과이 선수 수아레스가 손으로 막아냈다. 수아레스의 ‘나쁜 손’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던 슛이었다. 수아레스는 핸드볼 반칙으로 곧바로 퇴장을 당했지만, 그로 인해 얻은 페널티킥을 가나가 그만 실축하고 말았다.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결국 우루과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가나,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월드컵 4강 꿈은 그렇게 좌초됐다. 가나가 우루과이, 특히 수아레스에 이를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가나 대통령까지 “우리는 우루과이에 대한 복수를 12년 동안 기다려왔다”라고 말했을까. 수아레스는 이번 대회 가나와 경기 전 “사과는 하지 않는다. 골을 못 넣은 것은 결국 가나”라고 말해 가나의 화를 더 돋웠다. 
가나 선수들은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0대 2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특히 한국이 역전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후반 8분의 추가시간 때는 골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시간을 끌었다.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겨두고 선수를 교체하는 등의 시간 축내기가 역력한 모습이었다.
뒤지고 있는 팀이 오히려 기존 점수 지키기에 나서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조선일보(2022.12.4.)에 따르면 가나 수비수 대니얼 아마티는 “경기 도중 우루과이가 한 골 더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며 “동료들에게 ‘우리가 16강에 갈 수 없다면 우루과이도 못 가게 막자’고 말했다”고 했다. 마침내 우루과이의 2대 0 승리로 경기가 끝나며 한국의 16강행이 확정됐다.    우루과이가 한 골을 더 넣으면 16강에 오르는 걸 저지하기 위해 가나 선수들이 최선의 방어를 한 셈이니 어찌 운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만큼 우루과이의 16강전 진출이 싫었던 가나 선수들과 팬들은 우루과이의 탈락이 확정되자 코리아를 외치며 좋아했다.
최종전 후반 교체돼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수아레스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울었다. 영국 미러는 “가나 관중은 우루과이가 탈락하자 수아레스를 조롱하며 그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했다. 가나 관중은 ‘코리아’를 연호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가나의 도움이 화제가 됐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가나 초콜릿’ 매출이 주말 사이 32.7%나 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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