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관광재단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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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관광재단에 유감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3.03.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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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3월 10일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전북문화관광재단)이 ‘2023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명단을 발표했다. 당초 2월중 하기로 공지됐던 것보다 열흘 이상 늦어진 발표다. 재단 측은 심의결과 발표 일정이 연기된 것에 대해 2월 말까지 끝내려 했지만 지원자가 많고 심사에 어려움이 있어 계획이 미뤄졌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류상록 재단 문화예술진흥본부장이 “지난해의 경우 4월에 공모 선정 결과를 발표해 올해 3주의 기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약속한 기간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스럽다”(전북일보, 2023.3.10.)고 말했지만, 오히려 전에 없던 때늦은 신년인사회니 한창 바쁠 때 이루어진 조직개편도 그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원자가 많아 심사 결과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소 10일이나 늦어졌다는 건 말이 안된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의 경우 공모 일정 자체가 여느해와 다르게 늦어졌다. 지원신청은 총 1,156건으로 올해 1,125건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이런 지연 발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발표에 따르면 2023지원신청 총 1,125건중 341건만 선정됐다. 30.31%에 불과한 선정률이다. 이는 지난해 선정된 452건에 비해 111건이나 줄어든 수치다. 또한 2022년 39.1%, 2021년 44.65% 선정률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문학의 경우 290건 신청에 93건만 선정됐다. 문학만 따져봐도 지난해 124건에서 31건이나 줄어든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탈락이 이루어진 것은, 애써 이해자자면 창작집·문예지발간지원액이 각 200만 원에서 300만원으로 상향한 영향이 커보인다. 이럴 줄 모른 채 그걸 보고 환영의 박수를 보냈는데, 예산 증액은 없이 지난해와 똑같은 16억 5천만 원 범위에서 한 선정이라 그런 결과로 이어졌지 싶다.
대거 탈락이란 ‘칼질’의 부작용은, 재단측은 부인하겠지만 지원자 우롱이라 할 수 있다. 최소 지원금액이 너무 적다는 여론이 있어 상향했다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많이 탈락할 지원자들의 원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낯내기식 지원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말할 나위 없이 예산은 그대로인 채 시행한 것이어서다.  
지난해 4월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재단 앞에서 집회 시위를 열고 “보다 많은 예술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개인 수혜보다 단체를 우선적으로 선정해 줄 것과 차수가 있는 계속사업은 우선적으로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여러 번 했으나 무시됐다”면서 심사의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규탄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나아지긴커녕 이번엔 예년보다 더 많은 지원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게된 2023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이 됐다. 갈수록 조금씩이나마 예산을 늘려 선정률을 올려야 맞을 것 같은데 이전보다 훨씬 많은 탈락자를 ‘양산’한 건 좋은 문화예술 행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되게 유감스럽다.
내가 지원신청한 창작집 발간(개인)·문예지발간(단체) 두 건도 모두 탈락했다. 지난해 문예지발간지원 탈락(창작집 발간은 휴식년제에 걸려 아예 지원신청을 못했다.)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올해는 그게 아니다. 도대체 왜 두 건 모두 탈락했는지 얼른 수긍이 안돼서다. 총 52권의 책을 펴낸  나만큼 창작활동을 열심히 하는 도내 문인이 또 있나 할 정도인 내가 왜 탈락한 것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심사평’이란 걸 읽어봐도 하나마나한 얘기일 뿐 왜 떨어진 것인지 썩 공감가는 내용이 없다. 특히 문예지발간(‘교원문학’8호)의 경우 2년 연속 탈락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2020년과 2021년에 지원받았으되 코로나19 여파로 추가 실시한 ‘재난극복지원사업’ 선정이었던 걸 감안하면 4년 연속 탈락인 셈이다.
일부 동인회지들은 연속 선정된 걸 볼 수 있는데, 그 기준 등 이유가 뭔지 역시 모르겠다. 또 의아한 점도 있다. 바로 가산점 제도다. 특히 도내 8개 군 단위 지역 가산점 부여(2.5점)가 왜 있는 것인지 납득이 안된다. 가산점 제도 때문 두 개 모두 탈락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주에 살면서 시나 전주문화재단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대다수 지원자들에겐 역차별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휴식년제’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이지만, 썩 이해되지 않는 제약이라 할 수 있다. 개인 예술가에게 너무 열심히 창작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나쁜 조항이라서다. 어차피 30%대의 턱없이 낮은 선정률인데, 아예 지원신청조차 못하게 자격을 박탈하는 건 썩 이해되지 않는 제약이라 할 수 있다.
나로선 탈락에 의구심이 생기는 게 하나 더 있다. 설마 “특히 전남 신안 출신으로 10월 7일 임명된 이경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의 경우 너무 의아하고, 그렇게 사람이 없나 하는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는 내용의 ‘전북엔 그렇게 사람이 없나’(전북도민일보, 2022.11.9.)란 글 때문 탈락한 것이 아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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