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받은 홍명보 감독 첫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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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받은 홍명보 감독 첫 경기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4.09.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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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논란이 완전하게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한 홍명보 감독이 첫 경기를 가졌다. 9월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다. 다득점 승리란 예측 내지 기대와 달리 대표팀은 팔레스타인과 0대 0으로 비겼다.
홍 감독은 2014년 6월 27일 열린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 이후 약 10년 2개월 만에 다시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출발은 무승부였다. 다행히 9월 10일 오만 원정에서 3대 1로 첫 승을 일궜지만, 같은 조에 팔레스타인보다 FIFA 랭킹이 높은 팀이 3개 팀이나 있어 험난한 여정이 펼쳐지게 됐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0대 0의 무승부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평소 치열한 예매 열기를 자랑했던 대표팀 경기였으나 이날 공식 관중은 5만 9,579명이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판매되지 않은 좌석은 4,598석이었다. 지난 3월 태국전(6만 4,912명)과 6월 중국전(6만 4,935명)에 비교하면 팬들의 외면을 알 수 있다.
입장권 구매만이 아니다. 현장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대표팀의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응원 걸개를 거꾸로 매달며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 일부 팬은 ‘한국 축구의 암흑시대’, ‘일진 놀이 몽규!! 협회는 삼류!!’ 등의 걸개를 들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 전 선수단에 이어 홍 감독 소개가 나오자, 팬들은 야유를 퍼부어댔다.
경기 중 전광판에 홍 감독의 모습이 잡힐 때마다 야유 세례가 쏟아졌다. 중간중간 ‘홍명보 나가’, ‘정몽규 나가’의 외침도 들렸다. 박지성은 “새 감독이 왔을 때 큰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솔직히 처음”이라며 “프로 스포츠에서는 결과가 중요하고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때가 많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너무 커서 결과가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는 가늠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선수단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야유를 보낸 서포터스석을 찾아가 말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민재는 “그냥 선수들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라면서도 “사실 우리가 처음부터 못 한 것 아니지 않느냐. 못하기를 바라고 하시는 부분이 아쉬워서 말씀드렸다”라고 전했다.
그는 “공격적으로 말씀드린 건 아니었고 심각한 분위기도 아니었다”라면서도 “생각하기 나름이니 (심각하다고) 받아들이실 분들은 그렇게 하시면 될 것 같다”라고 다소 평정심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야유가 선수단이 아닌 협회와 홍 감독을 향했다는 설명에도 “경기 시작하기 전에 들리니 아쉬워서 말씀드렸다”라고 답했다.
주장 손흥민의 주도로 선수단이 붉은악마 쪽에 인사를 할 때는 김민재 홀로 관중들에게 인사하지 않는 영상도 퍼져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손흥민은 팬들의 야유에 “속상하지만, 주장으로 팀을 생각한다면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려야 한다”며 “이미 결정된 과정에서 바꿀 수 없는 부분이고 믿고 가야 한다. 어렵겠지만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김민재의 행동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런 행동이“다시 나오면 안 되지 않느냐”라며 “팬과 선수의 관계는 좋아야 한다. 한국이라는 팀의 승리를 응원하려고 오셨는데 안 좋은 분위기보다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격려해 주시면 정말 선수들에게 한 발 더 뛸 힘이 분명히 생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축구 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입장을 발표했다. 붉은악마 측은 9월 6일 소셜 미디어(SNS)에 올린 ‘지기를 바라는 응원은 없다’는 입장문에서 “간절히 승리를 바랐던 김민재 선수가 좋은 결과가 안 나온 아쉬움에, 그리고 오해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단,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매우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붉은악마 측은 “경기 종료 후 김민재 선수가 N석 쪽으로 와서 ‘좋은 응원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돌아가고, 선수와 관중 간의 설전은 없었다”고 밝혔다. 양쪽 모두 심각한 수준의 선수와 팬들간 충돌은 아님을 밝힌 셈이지만, 그동안 있었던 대표팀 경기들을 떠올려보면 되게 낯선 장면임에 틀림없다.  
붉은악마 측은 “지난 몇 달간 공정과 상식이 없는 불통의 대한축구협회의 행위에 붉은악마는 목소리를 가장 잘 낼 수 있고 주목해 줄 수 있는 곳, 그리고 붉은악마의 본질과 존재의 이유인 선수들은 응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비난과 비판에도 경기장 N석 골대 뒤에서 90분간 선수들과 함께 뛰고 울고 웃었다”고 적었다.
 이어 “저희의 야유와 항의는 거짓으로 일관하는 (대한축구)협회와 스스로 본인의 신념을 저버린 (홍명보) 감독에 대한 항의와 야유”라며 “진정 선수들을 생각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협회는 이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의 홈 경기는 10월 15일로 예정된 이라크전이다. 이런 일이 또 벌어질지 걱정과 함께 기다려지는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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