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지하당 왕재산' 간첩혐의 5명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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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지하당 왕재산' 간첩혐의 5명 구속기소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1.08.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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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접촉해 20여년 가까이 반국가단체 활동을 벌인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남조선혁명'을 최우선 임무로 삼고 북 측이 하달한 각종 정치, 사회, 군사적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보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북한 225국과 연계된 간첩단 '왕재산'을 결성한 후 1993년부터 최근까지 간첩활동을 한 총책 김모(48)씨와 서울지역책 이모(48)씨, 인천지역책 임모(46)씨, 연락책 이모(43)씨, 선전책 유모(46)씨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왕재산은 북한이 김일성의 항일유적지로 선전하고 있는 함북 온성의 산(山) 이름이다. 검찰이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가입, 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찬양고무죄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1993년 8월께 김일성과의 직접 면담을 통해 김일성-김정일 혁명사상 전파 등의 지령을 받고 225국 공작원들과 수시로 접선, 우리나라의 각종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왕재산을 결성한 뒤 조직관리와 북한 지령 전달, 대북보고 등을 전담하면서 간첩 활동을 전반적으로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공작활동에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이름 대신 사용하는 대호명으로 '관덕봉'을 부여받기도 했다.

이씨 등 역시 각자 담당한 지역 내 운동권 단체나 여야 정치 동향, 주요 군사시설 위성사진, 미군 야전교범 등을 북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와 서울지역책을 맡은 이씨 등은 김씨와 초중학교 후배 또는 대학 동창 사이로 90년대 말 김씨로부터 포섭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책 이씨는 북측의 지시에 따라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선전을 담당한 유씨는 북한체제를 퍼트리기 위한 거점으로 ㈜코리아콘텐츠랩, ㈜지원넷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해 재정 등을 뒷받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범한 회사직원으로 가장하고 현지시장조사 등의 이유로 중국, 일본 등지로 출장나가 북한 측과 접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지원넷 사는 225국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지원받아 '차량번호 인식시스템 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한 업체로 2009년 연매출이 22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등은 북한으로부터 간첩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에는 노력훈장을 받았으며, 김일성-김정일 생일 등에는 수십장의 충성결의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실제 충성맹세문 중에는 '당 중앙위를 목숨으로 사수하며 후계자님(김정은)을 받들어 혁명승리를 위한 총폭탄이 되겠다' 등의 문구가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파일을 암호화해 일반 문서에 감출 수 있는 프로그램(일명 '스테가노그라피') 기법을 이용, 인터넷 상에서 지령문 등 비밀메시지를 송수신해 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씨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통해 북 지령문 28건, 대북 보고문 82건, 충성맹세문 25건, 통신문건 230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1980년대 운동권 출신 등이 북한에 포섭돼 국내 지하당을 구축하고 20년 가까이 암약하면서 간첩활동해 온 사실을 적발한 것"이라며 "북한이 정치권에 침투해 상층부 통일전선을 구축하려 한 사실을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현재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기소한 왕재산 핵심간부들 이외 이들의 지시에 따라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지역당원 이모(38), 노모(46)씨, 홍모(45)씨 등 불구속 피의자 및 관련자들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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