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문은 억울하다, 한글× 훈민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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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문은 억울하다, 한글× 훈민정음○
  • 투데이안
  • 승인 2009.10.1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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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민족의 문자 이름을 ‘훈민정음’이라고 했다. 범국민적으로 쓰고 있는 ‘한글’은 주시경이 지어낸 말이다.

애민정신과 철학을 담은 고차원 명칭이 있건만, ‘훈민정음날’이 아니라 ‘한글날’인 까닭은 무엇인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24자 체계의 한글이 아니다. 완전한 어문 시스템인 세종대왕의 28자 훈민정음이다. 일제강점기에 훈민정음의 또 다른 이름인 ‘諺文(언문)’에 딴죽을 건 데서 비롯된 작명이 ‘한글’이다.

세종대왕은 새로 제작한 표음문자를 正音(정음)과 諺文, 두 이름으로 불렀다. 성격을 달리 해 연구소인 언문청과 인쇄소인 정음청을 설립했다. 정음은 소리(音), 언문은 글(文)을 강조한 명칭이다.

이후 560여년이 흘렀다. 학교에서는 “諺(상말 언) 자의 언문은 쌍것들이 쓰는 말이란 뜻으로 한글을 비하한 명칭”이라고 가르친다. 인터넷 국어사전은 “언문: 상말을 적는 문자라는 뜻으로,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이라고 설명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위인전 ‘주시경’은 “언문이라는 이름으로 천대받던 우리 글에 자랑스런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은 주시경”이라며 받들고 있다.

어문연구가 박대종 소장의 판단은 다르다. “조선왕조실록의 ‘세종 28년(1446) 11월8일 세종대왕은 드디어 언문청을 설치했다’는 기록에서처럼 세종은 언문이란 명칭을 직접 사용했다. 세종이 천하고 비하하는 의미의 명칭을 직접 붙인 셈이 된다. 요즘말로 온갖 악플러(최만리, 정창손, 김문 등)들에 시달리면서도 심혈을 기울여 지은 자신의 걸작에 비하하는 의미의 명칭을 몸소 사용했다는 얘기인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이의 제기다.

‘두시언해’, ‘법화경언해’, ‘박통사언해’, ‘사서언해’, ‘언해구급방’ 등 언해(諺解)가 들어간 이름은 매우 많다. 2008년 초에는 국어학자들이 훈민정음 언해본을 복원하는 경사도 있었다. 거기에도 ‘諺’이라는 천대어가 붙어있다. 줄곧 누워서 침 뱉기를 해오고 있는 꼴이다. 과연 그러한가.

박 소장은 “우리 후손들이 諺자의 뜻을 곡해한 것”이라면서 정답을 제시한다. “諺은 言(말씀 언)과 彦(선비 언)으로 이뤄져 있다. 彦자를 잘 살펴보면 위쪽에 文(글월 문) 자가 들어 있어 글 잘하는 ‘훌륭한 선비’를 뜻한다. 나아가 의미 확대과정을 거쳐 중국의 유명한 운서인 集韻(집운)에서처럼 ‘常(늘 상)’의 뜻도 나타낸다. 彦: ‘선비’, ‘훌륭하다’→크다→두루→고르다→‘일정하다(常 상)’

보다시피 나쁜 의미가 전혀 없다. 핵심 포인트는 諺자에서의 彦이 위의 여러 뜻 중에서 선비가 아닌 常의 뜻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諺은 彦(=常)+言의 합침으로 ‘常語(상어)=상말’을 뜻한다. 여기서의 常語는 日常語(일상어)의 준말이다. 일상어란 어떤 나라의 세속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나 언어, 곧 어떤 나라의 속담이나 국어를 뜻한다. 따라서 세종이 쓴 諺자의 의미는 쌍말이 아니라 국어=우리나랏말이며, 諺文은 국어를 적는 소리글자, 곧 훈민정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국어’를 가리키는 ‘상말’을 ‘쌍말’로 곡해했다. 우리나라의 일상어를 나타내는 諺(일상어→상어→상말 언) 자가 오늘날 ‘상말→쌍말→쌍것들의 말, 속된 말’로 변질돼버렸다.

‘상말’의 동의어는 ‘상담(常談)’이다. 늘 쓰는 예사로운 말, 상스러운 말 등 2가지 의미를 지녔다. 부정적인 한 면만 취하고 부각시켜 대한민국의 글을 스스로 흠집내고 폄훼하고 있다.

9일은 563돌 한글날이다. 훈민정음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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