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일 우리 후손들을 위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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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는 일 우리 후손들을 위한 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2.06.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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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 김둘이
물질문명이 나날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의 먹을거리 또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먹을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일 것이다. 보기도 좋고, 종류도 다양하고, 게다가 세계 각 국의 요리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편하고 좋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렇게 풍요로운 세상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도리어 먹을 것을 고민하고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대사회와 같이 풍요로운 생활 속에서 늘어가는 것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비만, 성인병 그리고 폭력적이고 황폐해져가는 현대인들의 정신세계 등이 있는데 이는 이러한 물질 풍요로움과 그에 따른 대가로 인한 부작용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원인에는 먹을거리를 제외하고도 사회적 환경에 의한 사회현상이 더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리 부모세대를 포함해 그 이전의 사람들은 먹을거리가 없어서 그야말로 없어서 굶었던 시대를 살았었다. 그 당시에는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먹을 수 있는 수확량의 문제보다는 어떠한 조건에서 어떻게 재배되고 수확하느냐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웰빙이라는 단어를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 가는 것처럼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식(食)’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소하기위해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다. 또한 먹을거리를 잘 먹으면 먹는 것 하나만으로 약을 대신할 수도 있다. 비싼 영양보충제나 한약제보다 일상에서 음식을 잘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니 모든 건강의 기본은 올바른 먹을거리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먹을거리, 바로 ‘식(食)’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올바른 식습관은 성인이 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유아기 아니 그보다도 더 전인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형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산부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 태교이다. 좋은 생각과 말과 행동 등을 비롯하여 태교음악, 운동까지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태교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을 먹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올바른 먹을거리는 건강한 태아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태아가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학자나 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유전이라는 것이 세대를 통해 전달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누굴 닮아 저럴까”하는 넋두리를 할 정도니까! 유전이라는 것은 대대로 전해지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유전이라고 해서 계속 같은 형태로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부모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형제·자매 사이에도 나름의 차이가 있으며 심지어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다른 성격과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고 하니 모든 현상에 있어서 유전만이 우선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유전의 의미를 뒷받침 하는 것이 요즘 많은 관심의 중심에 있는 ‘후성유전학’이다.

후성유전학은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DNA의 변화 없이 환경이나 조건에 따른 형질의 변화로 새로운 형태의 특성을 가진 후세대가 형성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관점으로 태아가 형성될 시기의 환경에 따라 태어난 후 자라면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가 논문에 보고되고 있다. 최근 많은 기성세대들이 실감하고 있는 일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들을 보면 체형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같은 한민족의 핏줄로 과거에 비해 특별히 변화된 것이라고는 경제 발달에 힘입어 먹을거리가 전에 비해 훨씬 충족해졌다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한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오직 생활환경과 식생활의 영향으로 인핸 변화라고 생각되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서 말한 태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산모의 먹을거리라고 언급한 말이 지나친 표현만은 아니지 않는가? 유전학과 후성유전학이라는 학문적인 논리나 증명을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현상들이기 때문에 웰빙 생활화의 중요성은 우리 세대만의 건강한 생활뿐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이어갈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잘 먹는 것은 중요하다. 여기에서 잘 먹는다는 것은 비싸고 좋은 먹을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어떻게 잘 섭취해야 하는 지를 잘 따져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절이 돌고 돌아 또 다시 봄이 왔고 요즘 시장에는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들이 한창이다. 신선한 제철 채소들을 보며 입맛을 돋운다는 것은 우리 땅에서 자라난 이런 신선한 먹을거리들의 소중함을 후성유전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몸이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 아닐까? 건강한 먹을거리는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후손들을 위한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 김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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