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
상태바
농부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2.06.10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 서은정
 부쩍 괜찮아진 날씨에 문득 작년에 직접 심고 맛있게 먹었던 방울토마토가 생각이 났다.
며칠 전에 그 종자 몇 개를 뿌려서 싹을 틔우고 나서 옮겨 심었다. 몇 개를 옮겨 심다보니 그중 한 녀석의 떡잎이 종자껍질에 싸여 벌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자라고 있었다. 처음 옮겨서 심을 때는 알아서 떨어지겠거니 하고 내버려 뒀었는데 어제 물을 주러 들여다보니 그 한 녀석은 여전히 종자껍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태로 커지는 잎들이 부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 되겠다 싶어서 손으로 살짝 떼어 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잎이 벌어지면서 싱싱한 초록 잎을 펼쳐 보였다. 하나의 씨로부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로 자라나는 토마토를 보면서 불현듯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거르지 않고 뉴스에 청소년 왕따, 폭력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초등학생의 자녀를 키우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얼마 전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더욱 심란할 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서 이러한 상태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우리사회의 모든 의식에 기본적으로 뿌리 깊게 심어져있는 ‘경쟁’이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경쟁이라는 말 자체의 긍정적인 의미로는 서로를 의식하면서 노력하여 경쟁하는 상대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이기는 아이만 남고 경쟁에서 밀리는 아이들은 소위말해 도태된다. 부모로부터 무시당하기 시작하면서 학교에서도 무시당하고 마침내는 세상에서까지 거부당하는 아이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편, 경쟁에서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 정신적으로 황폐한 아이로 자라게 된다. 실제로 왕따를 시킨 아이들은 대부분 교육환경도 좋고 학교에서도 우수한 아이들이었지만 자신들이 괴롭힌 아이가 받을 고통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황폐한 아이들이었다.

종자껍질을 머리에 그대로 쓰고 자라나던 토마토를 보고 그녀석의 껍질을 떼어주면서 다른 녀석들 보다 더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로 농부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논에 심은 벼를 보면서 잘 자라지 못하는 벼를 뽑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잘 자랄 수 있게 다독거려주고, 그늘진 곳에서 열매를 맺어 예쁜 색을 내지 못하는 사과를 보고서는 돌려도 보고 바닥에 반사판을 깔아도 주며 어엿한 사과로 만들어 내는 농부의 마음. 못생기고 비루해보여도 무조건 버리지 않고 다독다독하며 하나라도 더 키워내려는 마음. 어쩌면 현재 우리사회는 이러한 따뜻한 마음들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자신들의 마음을 비롯하여 주변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봄에 작물을 심고 가을까지 계절을 보내면서 수확물을 묵묵히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처럼 우리 모두 이제는 조금 더 진득하게 기다리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저 잘 자라기만을 바라는 마음 하나로 잡초도 뽑아주고 땅도 돋아주고 열매도 솎아주면서 가을까지 기다리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과 세상을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일본소설 ‘대망’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윗사람이 초조해하면 아랫사람이 불안해한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우리들 자신이 조금 더 여유 있게 기다리는 마음을 가져보는 기회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 서은정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