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수제, 폐지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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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수제, 폐지가 답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2.07.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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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최근 체육ㆍ음악ㆍ미술과목을 집중이수제에서 제외시키는 교육과정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대학 입시와 관련이 적거나 없는 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도록 하는 부작용 등 문제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이다. 학교에선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잠깐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면 집중이수제란 특정과목을 한 학년 또는 한 학기에 몰아서 수업하는 제도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라 2011년 3월 처음 도입되었다.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집중수업으로 효율성을 높이자는 게 그 취지였다.

그런 취지였을망정 ‘2009개정교육과정’ 시행 자체가 문제였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2007개정교육과정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서둘러 시행한 것이 ‘2009개정교육과정’이다. 그리 되었다 해도 별 문제없이 학교에 뿌리를 내린 정책이라면 재론할 필요가 없을 터이다.

하지만 도입 당시 빗발치는 교육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집중이수제는 1년 반 만에 교과부 스스로 근간이 무너질 만큼 손을 봐야 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집중이수제란 이름부터가 고약하다. 전인교육이나 인성교육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쟁의 냄새만 풀풀 풍기고 있어서다.

어쨌든 집중이수제 과목에 체육ㆍ음악ㆍ미술이 제외됨으로써 국어가 더욱 위협받게 되었다. 사실은 필자도 이번 학기에 집중이수제 과목으로 전락한 ‘문학’ 교과를 가르치고 있다. ‘문학’은 국어 영역의 하나인데도 반마다 주당 4시간씩 수업으로 이번 학기에 끝내게 된다.

예로부터 국어과목은 특성화고에서 찬밥 신세였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늘면서 3학년 과정에 편성되는 등 제법 대우를 받는가 싶더니 다시 집중이수제 과목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지난 해 다른 보통 교과와 서로 집중이수제에서 제외되려고 교원 투표까지 거쳐 그리된 것이다.

하라니까 하는 짓이긴 하지만 막상 해 보니까 이건 아니지 싶다. 가령 여름방학을 이용, 독서와 감상문 쓰기 등을 독려하는데 그걸 할 수 없다. 개학하면 수업이 끝나는데, 어느 미친 학생이 그 말을 착실히 따르겠는가. 통상 연 2회 실시하는 수행평가 역시 1회로 그쳐 그만큼 수박 겉핥기식 교육이 되고 있다.
집중이수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또한 “모든 교육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다”는 원칙이 새롭게 명시된 개정안대로 하자면 그래야 맞다. 어느 과목이든 한 학기에 몰아서 수업하는 자체가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집중이수제 완화 조치가 이루어진 듯한데, 그렇듯 땜질식 처방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복합적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교폭력의 주범중 하나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이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상적 교육과정을 통해서 사람다운 사람,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올바른 가치관이 생성되도록 학교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교과부의 인성교육 강조도 그 지점에서 나온 것일 터이다.

집중이수제, 폐지가 답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 줄이기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집중이수제는 아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 임기는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결자해지하는 것이 그나마 혼란과 부작용 등 실책을 만회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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