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 궁궐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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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지, 궁궐에 들다
  • 엄범희
  • 승인 2009.11.0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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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자경전 한지 바르기 재현

조선 왕후가 살았던 대비전 창호에 전주한지를 바르는 행사가 서울 경복궁에서 성황리에 열려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전주시는 5일 서울 경복궁 자경전에서 문화재청(청장 이건무)과 함께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인 전주한지를 사용한 ‘경복궁 자경전 한지 바르기 재현행사’를 개최했다.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신정왕후에게 선물한 대비전이다. 

행사에서는 조선시대 당시 궁궐에서 한지를 바라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 참석자들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지 바르기는 문화재보호재단이 제공한 조선시대 복장을 갖춘 도배공 8명이 감독관의 지도 아래 2인 1조를 이뤄 기존의 한지를 뜯어내고 풀을 바른 후 문틀에 붙이는 일련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금까지 ‘창호 바르기’라고 하여 일상관리나 자원봉사 차원에서 행해지던 것을 ‘한지 바르기’로 차별화해 관람객과 함께하는 공개체험의 장으로 승화시켜 눈길을 끌었다.

매년 봄과 가을 궁궐을 단장하던 정례행사를 ‘재현’이라는 방식을 빌어 일반인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우리 풍습의 지혜로움과 왕실 진상품이었던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문화재청 이길배 서기관은 “한지 바르기는 대개 가을철 추석을 며칠 앞두고 볕이 좋고 바람이 없는 날을 꼽아 행해졌는데, 이는 겨울 추위를 막고 정갈한 마음으로 명절을 맞이하려는 조상들의 정성이 담긴 고유의 풍습”이라며 “이번 재현을 통해 전통문화에 관한 교육적․경제적 가치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한지 바르기 재현에 앞서 한국의집 예술단은 궁중음악인 대금정악과 영상회상을 연주했으며, 서예가 김병기 교수(전북대)의 한지설명과 서예퍼포먼스가 열렸다.

또한 행사 뒤에는 일반인들이 직접 창호지를 바르고 한지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기회도 마련돼 큰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안준영(전주목판서화체험관장)씨와 함께 하는 목판인쇄(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체험도 곁들여졌다.

전주 한지는 조선왕실의 진상품이자 중국간 외교에서도 필수품으로 일찍이 인정받아왔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종 6년(1406)에는 전라도로 하여금 진헌(進獻)할 백지(白紙)를 가려서 만들게 하고, 티가 없이 깨끗하고 윤이 나는 고운 백지를 구하게 했다.

전주시와 문화재청은 앞으로 전주한지를 활용한 한지 바르기 공개 재현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으로, 내년부터는 봄맞이와 가을맞이 한지 바르기 일정을 사전에 공지해 관람객들이 궁궐의 한지 바르는 모습을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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