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 잘려진 꼬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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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잘려진 꼬리들!
  • 조병현의 패러독스 이야기
  • 승인 2012.09.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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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밀밭에서 도마뱀을 본적이 있다. 이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발로 꼬리를 밟는 순간 도마뱀은 자신의 꼬리를 스스로 자른 채 도망가 버렸다. 난 잘린 꼬리를 손에 들고 정신없이 도망가는 도마뱀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러웠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했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꼬리를 자른 도마뱀이 불쌍하게 여겨져 잡는 것을 그만뒀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꼬리가 없는 도마뱀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때마다 속으로 불쌍하게 여기곤 했었다.나중에 도마뱀은 꼬리가 잘려진 후에도 다시 자라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부터는 불쌍하다는 생각보단 교활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그런데 도마뱀의 생존본능은 인간사회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이라는 영화에서 동철(박중훈 역)은 조직의 두목 대신 감옥살이를 한다. 이는 두목과 조직을 보전하기 위함이요, 이와 함께 배후엔 감옥에 갔다 오면 에이스로 키워주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은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욱이 할 말을 잃게 하는 것은 이런 일을 정치판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한 예가 있다. 겉으론 선거의 중립을 표방했으나 이는 당시 아들과 측근의 비리문제가 불거져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잘라내고 목숨을 보전해야 했을 것이다. 현재도 대검이 양경숙 ‘라디오21’ 편성제작총괄본부장 겸 이사와 관련해서 수사 중에 있어 아직은 결과를 알 수 없으나 민주당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어떤가! 송영선 전 의원이 사업가에게 억 대의 대선자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새누리당은 송 의원을 재빠르게 제명했다. 또 얼마 전에도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 등 두 전·현직 의원이 제명됐고, 홍사덕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이 일어나자 당에 부담이 될 수 없다며 자진 탈당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계속 잘려 나가고, 국민들은 꼬리곰탕으로도 쓸 수 없는 꼬리만을 손에 든 채 허둥대며 도망치는 모습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어찌할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말하고 싶다. 도마뱀의 꼬리는 시간이 지나면 잘려진 꼬리가 아닌 새로운 꼬리가 다시 자란다. 몸통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희생양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어찌할 바를 고민할 필요 없다. 필자가 생각한 것과 같이 꼬리가 잘려진 도마뱀을 보면 불쌍히 여길 것이 아니라 교활하다 여기고, 허둥대며 우스꽝스럽게 도망하는 도마뱀을 끝까지 쫓아야 할 것이다. 잘려진 꼬리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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