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여는 것과 지갑을 찢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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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여는 것과 지갑을 찢는 것
  • 서문칼럼
  • 승인 2012.10.2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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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 전주시 노송동은 10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정하고 무명의 천사가 베푼 나눔의 정신을 함께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어울림 축제 한 마당이 열렸습니다. 축제가 열리게 된 동기는 12년 전인 2000년부터 매년 성탄절이 되면 무명의 사람이 노송동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동사무소 인근 세탁소 옆 차량 밑에 돼지 저금통을 놓고 갔으니 빨리 수거해 가세요.” 물론 매년 돈을 놓는 위치는 달랐지만, 2011년의 경우 전화를 받은 동사무소 직원이 돼지 저금통을 수거해 현금을 헤아려 봤더니 동전과 지폐를 합하여 무려 5024만2100원이라는 거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 11년 동안 기부한 돈은 무려 2억 원 정도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2년째가 되는 2012년에 이 얼굴 없는 천사를 기념하는 두 개의 문화유산이 탄생했습니다. 하나는 매년 10월 4일이면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정하여 노송동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얼굴 없는 천사’라는 제목의 창작극을 꾸며 무대에 올린다는 것입니다.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 이야기는 인정이 메마르고 매사에 모질고 각박한 세상에서, 아니 경제적 불황이라는 이유에서 좀처럼 지갑을 열지 못하는 현실에서, 서민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푸짐한 선물 꾸러미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베푸는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의 이름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더욱 분발하라는 충정어린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돈 지갑 찢을 것인가, 열 것인가? 어떤 분은 지갑을 찢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은 왜 죄 없는 돈지갑을 찢습니까? 돈 지갑을 열어야지. 그래서 그 분의 주장에 동의되지 않고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물론 그 말이 실천의 의미를 부여하는 말인지는 알지만, 요즈음 돈 지갑은 질긴 가죽으로 만들어져서 잘 찢어지지도 않고, 명품 돈 지갑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찢으면 손해입니다. 그리고 싸든 비싸든 돈 지갑을 찢는다면 그 지갑 안에 들어있는 돈마저 찢길 테니 이래저래 손해 아닙니까? 그리고 요즈음 사람들이 현찰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유는 거의 모든 결제가 카드로 가능하기 때문에 지갑을 찢어봐야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도 돈 지갑을 찢는다면 질긴 가죽지갑이 찢어지지 않으니 ‘지갑을 찢으려고 했는데 찢어지지 않아서 못 찢었다’는 변명만 늘어놓기 일쑤인 변명의 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돈 지갑을 연다는 말은 먼저 마음의 지갑을 연다는 의미이고, 현찰이 들어 있는 돈 지갑이 열릴 경우 그 안에 있는 지폐 몇 장이라도 꺼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돈 지갑을 열어야지, 돈 지갑을 찢으면 절대 안됩니다.

 
   그러면 돈 지갑은 누가 열어야 합니까? 지갑에 돈이 들어 있는 사람이 열어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돈이 있는 자들은 돈 지갑을 잘 열지 않고 과부가 과부 사정 알더라고 가난하게 살던 사람들이 돈 지갑을 엽니다. 북한에서 내려와 일평생을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폐지를 모아 저금한 돈을 불우이웃돕기로 선뜻 내놓은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돈지갑보다는 먼저 마음을 열고 찢어야  돈지갑을 찢는 것보다, 돈 지갑을 여는 것보다 먼저 마음을 찢고, 마음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성경은 이미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올찌어다”(욜 2:10)

 

  오늘의 세태를 보면 돈 지갑 열어 돈 몇 푼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하나님과 백성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먼저 마음을 찢어 회개하는 마음이 더 우선순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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