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방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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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방해꾼
  • 장세진 군산여상교사, 문학평론가
  • 승인 2012.11.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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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출근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갔는데 왼쪽 범퍼 부분이 망가져 있었다. 충돌의 정도를 알려주듯 라인에 반듯하게 주차해두었던 자동차는 30도 이상 뒤틀려 있었다. 시동을 켜니 좌측 깜빡이 작동만 비정상일 뿐 운전은 가능했다.

  마침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일단 학교로 향했다. 그러기 전 경비실에 들려 망가진 자동차 상태를 보여주었다. CCTV녹화 테이프를 돌려보면 범인을 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수업을 했지만, 그러나 평소처럼 되지는 않았다.

  도저히 퇴근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남은 수업을 동료에게 부탁하고, 경비실로 내달렸다. 그런데, 맙소사 내 차를 주차해둔 곳의 영상은 없었다. 가해자를 찾아 조용히 해결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즉시 보험회사와 경찰에 뺑소니 신고를 했다.

  전화한지 10분쯤 후 관할 지구대 경찰 2명이 출동하여 뺑소니 신고를 접수했지만, 지금까지 범인 검거 소식은 없다. 결국 60만 원가량을 들여 차부터 수리하게 되었다. 주차라인에 대놓은 차량을 충돌한 것은 운전미숙이기보다 음주운전이 분명했지만, 어떤 단서나 증거도 없었다.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부아가 치밀었다. 그런 양심불량 주민과 같은 주거공간에 산다는 게 불쾌했다. 관리소나 경비실은 왜 있는 건지, 뺑소니범이 그렇게 설쳐대도 되는 건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다. 금전적 손해보다 견딜 수 없었던 건 이틀 동안 운전하지 못한 불편함이었다. 명백한 진로방해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진로방해꾼은 도처에 있거나 있었다. 전군간 산업도로를 이용하는 통근에서도 그렇다. 꼭 달리지도 못하는 것들이 1차로를 차지하여 갈 길을 막고 있다. 천천히 달리는 것을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다. 왜 추월선인 1차로를 마치 제 집 안방인 양 차지하며 ‘기어가느냐’는 것이다.

  하긴 그런 진로방해쯤은 새 발의 피다. 연전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진로를 방해받은 적도 있다. 필자는 2009년 9월 1일자 임용 교장공모학교에 지원했다. 그런데 해당 학교 교사도 지원자였다. 그때만 해도 해당 학교 교원도 지원자격이 주어져 문제될 건 없었다. 문제는 그 학교에서 교장공모 신청을 하지 않고, 교육감이 직권으로 지정해놓으니 지원한 것에 있다.
   바꿔 말하면 손도 안대고 코 풀려 한 행위를 한 것이다.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그런 교사가 학생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칠지 걱정할 겨를조차 없을 만큼 치명적인 진로방해였다. 결과는 그 지원자와 필자가 아닌 제3의 후보자가 어부지리하여 그 학교 교장으로 가게 되었다.

  2010년 3월 1일자 임용 교장공모 학교에 지원했을 때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 어느 심사위원(학교운영위원)이 금품을 요구한 것이었다. 응당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불이익이 예상되었지만, 역시 돈을 쓰고 교장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나다를까 필자는 1차 심사에서 떨어졌고, 6명중 6위였다. 하도 억울하고 괘씸해 청와대 탄원까지 제기하여 알게된 1차심사 결과였다. 만약 그때 그런 진로방해꾼이 없었더라면, 하고 생각해본다. 세상이 온통 양심불량 인간들로 채워진 시궁창인데, 필자만 너무 양심 바르게 발 한 쪽도 안 빠지려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올바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못난이 취급당하는 세상이라면 말세가 아닌가! ‘애꾸눈 나라’에서는 두 눈 달린 사람이 병신되듯 그런 세상이 되어선 안되겠기에 사적이라 할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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