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었던 가슴을 여는 첫 사랑 작동법 ‘여름,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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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었던 가슴을 여는 첫 사랑 작동법 ‘여름, 속삭임’
  • 엄범희 기자
  • 승인 2009.06.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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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전주대학교 영상콘텐츠학부 교수(최종)


사별한 채 평생을 고지식하게 살아온 노교수(최종원)에게 책과 화분은 삶의 모든 것이다. 어느 날 노교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책을 제자인 영조(이영은)에게 화분을 동네꽃집청년인 윤수(하석진)에게 각각 부탁한다.

노교수의 집을 오가며 각자의 주어진 일에 충실하던 두 사람은 고양이 덩치 때문에 얼굴도 모른 채 티격태격하게 되고 점점 서로의 존재를 알아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미묘한 감정이 찾아오는데….


김은주 감독(42·전주대 영상예술학부)이 연출을 맡은 저예산 독립영화 ´여름 속삭임´ 이 상업영화로 인정을 받으면서 기라성 같은 상업영화와 경쟁의 대열에 나섰다.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담당하는 이번 영화는 서울과 전주 영화관에서 각각 시사회를 갖고,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영화의 무대에 올려졌다.


이 영화는 2007 예술영화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전라북도, KBS에서 5억원을 지원받아 제작했다. 제작은 케이컴퍼니, 배급은 CJ엔터테인먼트가 각각 맡았다.


이 영화는 HD영화로 최신 기법을 동원해 필름영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질적으로 향상된 퀄리티를 보이며, 테크니컬 디랙터 등 우수한 제작인력을 동원해 100% 전북에서 제작하는 올로케의 전북 토종영화이다. ‘여름, 속삭임’제작 과정, 제작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어려움 등을 들여다본다.

▶여름, 속삭임 영화제작은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전주대학교 보직을 받고 3년 6개월 전(2005년)전주에 처음 왔습니다. 전주라는 도시의 첫인상은 영화를 촬영하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곳이고, 소도시의 이미지가 잘 배어나오는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소박하고 예쁜 도시, 이미지에 맞는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 시나리오를 써나갔습니다.”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2007년 여름 방학 1달 동안 촬영했는데요. 서울에서 배우를 섭외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 걸서 전주와 서울을 오갔습니다. 촬영기간 동안 내내 영화계에서는 재앙이라 할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마지막 촬영장소인 고창 청보리밭 농장에서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촬영차가 못 들어 갈 정도였으니까요.

스텝과 촬영용 대형차량 5대를 진입시키기 위해 1,000만원에 달하는 자갈을 깔기도 했습니다. 최종원씨의 경우 전북에 내려왔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펑크 내고 올라가기 일쑤였죠.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편집이 잘돼 차분하고 안정감있는 영화가 제작됐습니다. 밤에 찍었지만 낮 씬 역시 의외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신이 있다면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입니다.”


▶제작과정에서 보람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전북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전북이란 도시가 영상문화와 인연이 깊은 도시라는 것은 전주대 교수로 생활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전주국제영화제나 전주영상위원회가 마냥 있는 것이 아니구나’, ‘예전부터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형성된 것 아니냐’라고 생각했죠.

아직까지는 전북이 창작기반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때문에 일정부분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도나 시에서 후원을 해야 합니다. 이 작품이 성과를 거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작품이 초석이 되어 지자체에서 지원할 경우, 곧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탄탄한 문화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압구정 CGV에서 시사회를 했는데 첫날 1, 2, 3관에서 동시에 시작했죠. 영화관에서 황금 시간대에 시사회를 개최한 것은 드문 케이스입니다.”


▶영화를 촬영하는 기간 동안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촬영할 때 시간과 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바라는데로 촬영을 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여타의 감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작품들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주시사회에서 관객들의 평은 “전주에서 많은 영화를 제작했다고 들었지만 지금까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전주다운 영화는 ‘여름, 속삭임’인 것 같다. 전주를 가장 아름답고 예쁘게 그려준 것 같다”고 극찬해 줘 힘이 생겼습니다. 처음 영화를 찍을 때 생각과 같은 의견의 관객들이 많아 고맙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전주대와및 영화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입니까.
“전주대 교수로 채용되면서 전주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전주대는 특히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은 대학입니다. 총장님도 문화선진국을 강조하고 있고 학교 분위기도 그래서 영화를 제작하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재작과정에서 전주대학교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삶의 둘레를 찾다보니까 학교 이미지 등 톤이 튀지 않고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관객들로부터 평가를 받았습니다. 데뷰작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영원한 재국’, ‘개 같은 날의 오후’ 등 프로듀서를 했습니다.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그대안의 불루’ 등 조감독도 했구요.”


▶영화제작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훈련이 안 되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영화에 나온 ‘마미’라는 고양이는 연기를 아주 잘해줬어요. 고양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고양이입니다. 주인이 너무 사랑하고 아껴 이번 영화 촬영 내내 여왕대접을 받았습니다. 주연배우들보다 대우를 더 많이 받았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말씀 해주시죠.

“'여름, 속삭임'은 중년 분들이 보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의미를 다룬 영화지만 노교수 부부들의 얘기가 많이 들어있어요. 사랑은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한번쯤 부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삶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 교수는 청주대 영극영화과, 추계예술대대학원, 한국영화아카데미과정을 마치고, 낙타는 따로 울지않는다, 한국인의손, 그대안의 블루 등 조감독과 영원한 제국, 개같은 날의 오후, 그림자 등 PD활동을 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전북영상사업위원, 영상기술학회 이사·편집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예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전 할리우드 영화의 영화문법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바 있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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