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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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
  • 조병현
  • 승인 2013.03.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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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한 사내가 번뜩이는 큰 칼을 휘두르며 다른 사람의 길을 막고 서서 위협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무술과 칼솜씨에 도취해 상대를 무시하는 듯 웃음까지 머금고 한껏 뽐내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탕~, 한발의 총성과 함께 칼을 휘두르던 사내는 그 자리에서 곧 맥없이 죽고 말았다. 위협당하는 사람에겐 총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이다.

MD, 과연 우리의 피난처 될 수 있는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던 우리나라는 1991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비핵화 선언 이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나라의 안보는 미국이 제공하는 MD(미사일방어체제)의 아래로 숨었다. MD는 무엇인가? 레이건대통령이 구상한 SDI(전략방위구상)에서 변화한 것으로 즉, 미국에 한정하지 않고 미사일이 발사되면 이를 탐지해 우주에서 미리 파괴시켜버린다는 것이다. 얼른 들으면 참 기막힌 프로그램이다.
 여기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정확성이다. 스티브 채프먼(시카고 트리뷴지 논설위원,http://cafe.daum.net/sisa-1/mvOx/368)에 따르면 "미국이 지금 갖고 있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앉혀놓은 오리를 상대로 한 제어능력 실험에서 제대로 겨냥한 횟수와 놓친 횟수가 거의 비슷했다”고 밝혔다. 정확성에 상당부분 의심이 된다는 언급이다. 둘째 경제적 부담이다. 미국은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역시 채프먼에 따르면 MD개발과 유지에 드는 비용이 223조원이라고 한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과연 미국이 이 비용을 오롯이 부담하겠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어느 형태로든 우리나라도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다. 셋째 언제 되는가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지금도 요격 미사일을 배치시켜나가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후 벌써 3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완성됐다고 보기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참여과학자연합’ 데이비드 라이트의 말을 빌려 "실제 위협에 맞대응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대책이 못된다."는 채프먼의 지적은 오히려 더 설득력을 갖는다.

화이부동和而不同

 21세기 현재를 사는 자들이 대한민국 핵무장의 필요를 얘기하는 자는 많지 않을뿐더러 온갖 여론과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는 것은 경제적, 외교적, 평화적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우리는 핵개발보다 경제발전에 힘쓰는 것이 더 실리를 찾는 것이다,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느냐 라고까지 말한다. 혹여 이에 반하는 의견을 내면 대한민국의 지표와 발전을 저해하려 하거나 혹시 요즘 유행하는 종북세력은 아닌지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다. 따라서 나라를 사랑하는 표현도 획일적이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공자는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군자는 화합하되 똑같이 되기를 바라지 않고, 소인은 똑같이 되기를 바라지 화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MD를 주장하고 이를 무작정 따르는 것이 '和'인지 혹여 '同'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왜 그런가? 역사가 이에 대한 답을 한다. 삼국시대 신라가 삼국을 병합했을 때는 대동강 이남으로 한정돼 광활한 고구려의 영토를 당시 도움을 준 당(唐)나라에 빼앗겼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자 할 때 정작 청(淸)나라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당시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 몽고제국, 바벨론, 알렉산더제국, 페르시아, 앗시리아 등 어느 제국도 다 망했고 현재엔 없다. 우리를 위협했던 당나라도 청나라도 또한 없다. 우리나라는 우리를 위협했던 무리들과 몇 번의 영욕이 있었지만 창칼에 의지해 싸워서 수 천 년을 이어왔으나 근대 이후 힘의 불균형을 맞게 됐다. 일제의 침략, 한국전쟁은 그 결과요 우리가 바로 서는데 외부의 도움이 컸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은 어떤가?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핵을 보유한지 오래됐고, 최근 북한도 핵을 보유하게 됐다. 다만 일본만이 그 진실이 수면 아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위협은 늘 우리 코앞에 있으나 영원한 제국이 될 수 없는 미국은 저 멀리에 있고 우리는 재래식 무기에 의지한 채 주머니에 든 돈 몇 푼을 들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주머니에 든 몇 푼의 돈과 번쩍이는 칼을 가지고는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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