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값 국가의 체계적 통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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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값 국가의 체계적 통제 필요하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3.04.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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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값이 이상하다. 최근 농가에서 도매시장으로 들어가는 물량을 인위로 줄여 값을 조금 올려놨는데도 돼지 사육 두수가 계속 늘어 지난 19일부터 가격이 다시 내리고 있다.하지만 식당 삼겹살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돼지고기 산지 가격은 내려가는데, 고깃집 삼겹살 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유통업계는 가장 큰 이유로 한국인의 유별난 삼겹살 사랑을 꼽는다. 돼지 한 마리에서 삼겹살이 차지하는 비중(수율)은 1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삼겹살 매출이 전체 돈육의 50%를 넘다 보니 돼지 가격이 내려가도 삼겹살 값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도 삼겹살은 수요를 채우지 못해 수입 물량으로 메우고 있다.농수산물유통공사가 2011년 11개 도시 742만802가구를 대상으로 돼지고기 소비 패턴을 조사했을 때도 국내산 돼지 삼겹살 소비가 47.3%로 제일 많았다. 그다음이 목살(22.2%), 갈비살(11.3%) 순이었다. 외국산도 삼겹살이 58.3%로 절반을 넘었다. 삼겹살 소비 편중이 가격을 떠받치는 것이다.삼겹살 이외의 부위를 저장할 방법도 별로 없다. 소시지나 베이컨 등의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유럽인들은 소시지나 햄, 베이컨 등을 주로 소비하지만, 우리는 직접 구워먹는 삼겹살을 선호한다.이 때문에 삼겹살은 식당 가격뿐 아니라 시중 소비자가격도 비싸다. 산지에서 식당까지의 중간 유통 과정이 복잡한 것도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돼지고기 유통은 '축산 농가→산지 조합·수집 반출상(중개인)→도축 작업장→육가공업체→중간유통업체→소매 등 6단계를 거친다. 연구원 관계자는 "돼지고기는 과다한 유통 단계, 특히 유통 마진이 큰 소매 단계의 마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한돈협회는 복잡한 유통 단계가 가장 큰 문제여서 산지에서 식당으로 직송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측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파는 고기 가격에서 고기 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도 안 돼 산지 가격 하락에 연동해 음식 값을 바로 낮추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식당에서는 대부분 인건비·임차료 등을 감안해 얻을 수 있는 이윤을 먼저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판매 가격을 정한다.
한 고깃집 주인은 "식당 고기 값에는 임차료와 인건비, 채소 값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 원가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며 "돼지 값은 내려도 임차료나 인건비 등이 올라 가격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음식점에선 돼지 값 시세 변동을 표기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고기 원가가 내려가면 이윤만 늘어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식당들이 산지 가격에 따라 유기적으로 가격을 바꾸기 어려운 데는 국내 돼지 값 변동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도 있다. 정부의 허술한 정책 탓이 크다. 최근 돼지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2011년 구제역 당시 정부에서 가격 안정을 위해 돼지고기를 무관세로 수입했기 때문이다.또 당시 농가들은 돼지고기를 살처분하고 생육 환경을 개선했는데 이 과정에서 돼지의 생존력이 과거보다 좋아져 사육 두수가 급증한 탓도 있다. 돼지는 태어난 지 7개월이 지나면 고기로 판매해 버는 이윤보다 키우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7개월 때 팔자니 가격이 너무 내려가 역시 이윤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돼지 사육 두수를 줄이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의 체계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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