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방기곡경(旁岐曲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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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 '방기곡경(旁岐曲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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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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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사회의 모습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교수신문 필진,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학회장, 전국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등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방기곡경(곁 방, 갈림길 기, 굽이 곡, 지름길 경)은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니라 '샛길과 굽은 길'을 뜻한다. 즉 바른 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인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는 '동호문답'을 통해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이 성어를 구사했다. 이이는 "제왕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도학을 싫어하거나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묵수하며 고식적으로 지내거나 외척과 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망령되게 기도해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서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지적했다.

율곡은 조정이 당시 동인과 서인이 극심하게 대립할 때 송강 정철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공론이 허락하지 않을 때에는 방기곡경의 길을 찾아 억지로 들어가려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의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적절하게 비유한다"고 설명했다.

손주경 고려대 교수(불문학)는 "긴 안목으로 진정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모든 이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물리적 이익을취하려다 정신의 풍요로움을 이룰 수 있는 요소를 버리지 않았는지를 성찰하지 않았던 한 해"라고 밝혔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정부의 신뢰를 저버리는 정책 추진으로 인해 현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꼬집었고, 이영석 광주대 교수(영문학)는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여러 현안들을 진솔하고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임기웅변 식으로 모면하려는 인상이 강했다"고 비판했다.

그 밖에 설문조사에서는 ▲중강부중(重剛不中) : 서로 옳음을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한다 ▲갑론을박(甲論乙駁) :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했다 ▲서자여사(逝者如斯) : 가는 세월이 물과 같다 ▲포탄희량(抱炭希凉) : 숯불을 안고 있으면서 서늘하기를 바란다는 등의 사자성어도 제시됐다.

앞서 2008년에는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호질기의(護疾忌醫)'가 선정됐으며, 2007년에는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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