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 절실한 쇼프로 사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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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 절실한 쇼프로 사회자들
  • 장세진
  • 승인 2013.05.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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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런 말이지만, TV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파 매체이다. 사람이 그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채널을 선택하게 되지만, 그러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경우와는 다르다. 요컨대 원하지 않아도 보기를 강요당하는 특성과 한계로부터 썩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TV라 할 수 있다. 공중파 방송의 경우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책무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방송 3사의 쇼프로그램들을 보면 그런 TV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만나게 된다. 안타깝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싸이킥한 조명과 반라 차림 무용수들의 선정적인 율동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 안중에 없는 사회자 말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이는 학교에서 애써 가르치는 올바른 국어 사용을 무위(無爲)로 만들어버리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말할 나위 없이 TV의 막강한 전파력에다가 그들 쇼프로그램들이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각각 매주 금·토·일요일에 방송되는 ‘뮤직뱅크’(KBS), ‘쇼! 음악중심’(MBC), ‘SBS인기가요’(SBS)가 그것이다.
  당연히 그 프로들의 사회자도 아이돌 가수 등 거기에 맞춰져 있다. 그들 사회자들은 한껏 시청자 안중에 없는 멘트로 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정규 사회자나 스페셜 MC를 가리지 않고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높임법 상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가령 “케이윌씨 나와 계시네요”(5월 4일 ‘쇼! 음악중심’), 시크릿에게 “포인트 안무 잠깐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5월 5일, ‘SBS인기가요’)를 예로 들 수 있다. 심지어 ‘쇼! 음악중심’에선 스페셜 MC 자기네끼리 서로 극존칭을 쓰고 있다.
  말할 나위 없이 가수들을 극존칭으로 존대해 수많은 방청객 또는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이는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께서 안 계십니다”라고 말하는 망발과 마찬가지의 잘못된 표현이다.
  특히 주격조사 ‘가’와 ‘이’의 높임말 ‘께서’는 특별한 예의를 갖추려고 할 때만 쓰는 말이다. 그렇듯 날마다 하는 말에는 쓰지 않아야 맞다. 가령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셨다”라고 했을 때는 맞는 표현인데, 일개 가수를, 그것도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소개하는 말에서 그렇게 높이면 안된다.
  하긴 그뿐이 아니다. 일요일 낮에 전파를 타는 ‘전국노래자랑’(KBS) 사회자조차 심사위원을 소개할 때 “○○○님이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한다. 같은 시간대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MBC가요베스트’(MBC)도 예외가 아니다. 오랜 세월 그렇듯 틀리게 진행하다 보니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것이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극존칭어간을 쓰거나 ‘님’자를 붙인다고 해서 무조건 높임이 되는 건 아니다. 우리 국어의 높임법은 듣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정해진다. 앵커들이 뉴스를 진행하며 ‘대통령님’이라 하지 않는 걸 보면 얼른 알 수 있는 일이다. 남녀노소 불문한 사회자들이 무조건 높여 부르는 걸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하여 한심할 지경이다.
  말할 나위 없이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이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TV프로의 사회자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평생을 우리말 살리기 및 글쓰기 교육운동을 해온 이오덕은 “방송말이 온 국민의 말을 이끌어간다. 에누리없이 방송인들은 우리 겨레말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어있다.”고까지 말했다.
  언제까지 사회자들의 시청자 안중에 없는 말들을 들으며 불쾌한 기분으로 TV를 봐야 하는가? 이와 별도로 프롬프터에 의존해 멘트 읽는 게 표가 날 정도인 일부 사회자도 있어 볼썽사납다.
  방송사는 인기에 영합하는 사회자 선정을 자제하기 바란다. 멘트할 내용을 써주는 구성작가는 물론이고 사회자 기용시 소정의 국어교육을 충분히 시켜 제대로 된 쇼프로 진행이 되게 하기 바란다.
 

장세진 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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