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매체는 TV, 전화, 만화 등 ‘쿨 미디어’와 인쇄물, 영화 등 ‘핫 미디어’로 양분할 수 있다. 쿨 미디어란 그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의 정세도(精細度)가 낮아서 수용자의 높은 참가도를 요구하는 매체이고 반대로 ‘핫 미디어’는 전달하는 정보의 정세도가 높아서 수용자의 낮은 참가도를 요구하는 매체다. 여기서 정세도란 메시지의 충실도를 의미하며 참가도란 수용자가 메시지의 의미를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상상력의 투입정도를 뜻한다.
그러나 같은 인쇄매체 책이 ‘핫 미디어’라면 신문은 ‘쿨 미디어’다. 한 사람의 고백형식인 서적에 비해 신문은 집단고백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 내용에 있어 텔레비전처럼 모자이크적이다. 잡다한 제목과 크고 작은 활자, 사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서로 관계없는 기사내용들이 들어 있어 독자들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키고 개입토록 한다.
1초간에 300만 개의 점(點)을 시청자에게 보내는 TV영상은 매순간마다 사람들의 감각을 강렬하게 참가시키고 이 참여는 지극히 운동적이고 촉각적이다. 더욱이 전세계를 횡적으로 일시에 연결시켜주는 인터넷이나 TV 전파는 마치 사건 현장에 우리가 있는 것처럼 몰고감으로써 시차(時差)와 객관적 판단의 여유를 박탈한다. 생방송이나 우주중계가 도입되어 온 세계는 지리적 원근과 상관없이 하나의 촌락으로 축소되었다.
TV를 ‘바보상자’라 부르며 일부 지식인들이 냉소하는 것은 수궁되는 점이 없지 않지만 이미 인류문명발전사의 한 장(章)을 차지한 텔레비전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TV에 성애물(性愛物)이나 범죄프로그램이 넘치든 교육. 교양적인 내용이 지배적이든 TV라는매체 자체가 끼치는 영향력은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은 특히 창조적으로 참가하려는 반응을 촉발시키는 미디어이며 한 사건에 공통으로 참여케 하는 강한 흡인력을 지닌 매체다. TV는 문자 문화를 함유하고 함유치 못하는 사람들의 분리를 극복하고 모든 사람들의 감각을 평등하게 하나로 통합시키게 함으로써 21세기가 민주 자본주의 사회 형성에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허성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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