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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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 엄범희 기자
  • 승인 2009.06.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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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 소수만 교수

소 교수는 “헤밍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볼 수밖에 없는 책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헤밍웨이 소설세계는 그의 행동과 철학에 대한 리얼하고 예술적인 기록이다.”

20세기 최고의 리얼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그 인생과 작품세계(도서출판 동인)’를 집필한 소수만 우석대 영어과 교수(55).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헤밍웨이 연구 학자다. 1970년대부터 남다르게 헤밍웨이를 연구해 온 그는 한국영문학계에서 40여 편이 넘는 우수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았다.

그의 능력은 혼신을 기울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그 인생과 작품세계’가 2006년 출간되면서 한국 최고의 학술기관이 인정하는 명품인증으로 나타났다.

2007년 8월 1일 대한민국학술원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그 인생과 작품세계(소수만 저)’를 2007년 인문학분야(영문학)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선정된 도서는 학술원을 통해 전국대학 및 공공 도서관 등에 배부된다. 학술원의 우수도서는 내로라하는 150여명의 회원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법에서 말하면 헌법재판소와 흡사한 국가기관이다.

소 교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그 인생과 작품세계’에서 헤밍웨이의 장편 14편과 단편 49편에 대한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 정리했다.

이 책은 헤밍웨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세계를 돌며 살았던(14년 5개월) 역사의 궤적을 추적해 면모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이 작품들이 작가의 실제 인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확히 분석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 책은 헤밍웨이의 인생과 작품세계의 연관성, 여행지와 작품탄생 과정, 현대회화를 접목시켜 문체화와 소설기법화하는 과정, 빙산이론 적용과 일탈의 과정, 그리고 연보 등을 실었다.

또한 헤밍웨이가 후기인상주의(폴 세잔)를 비롯해 인상주의(마네, 모네, 피사로), 큐비즘(피카소) 등의 현대회화기법을 접목시켜 빙산이론의 문체를 탄생시켰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소 교수의 애정은 남다르다.

어느 교수가 작가 연구를 위해 연구소를 마련한다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일이다.

하지만 소 교수는 헤밍웨이의 문학과 현대 미국문학 및 문화 등을 비롯해 영미어문학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완주군 소양면에 헤밍웨이 연구소를 세우고 이곳에 각종 자료를 비치했다.

학자들과의 지속적인 연결 장소로, 또는 정년 이후에 출퇴근 장소로도 활용하기 위해 호수를 끼고 있는 수려한 곳에 터를 잡았다.

소 교수는 “한국의 헤밍웨이 연구(어니스트 헤밍웨이-그 인생과 작품세계)를 세계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 책을 영문으로 번역해 하버드대학 등 세계 각지의 도서관에 꽂아 놓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제작은 소교수가 30년 넘게 헤밍웨이를 연구하다 접근방법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작품세계를 알았고 이를 알기 쉽게 제시할 필요성에 의해 만들었다.

또한 헤밍웨이의 작품 속에서 ‘결과보다도 과정을 중시하는 프로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노인과 바다’에서 나오는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 없다’는 인간불패정신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소교수의 헤밍웨이 연구의 업적을 알고 국내 여러 대학의 헤밍웨이 연구자들로부터 자료요청도 한몫했다.

소교수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 세계 각지의 현장답사를 통해 작품세계와 실재 인생을 대조해 작품탄생의 관계를 상세히 분석한 뒤 ‘인생이 곧 작품’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소교수는 “대한민국에 영문학과가 존재하는 한 헤밍웨이는 피해갈 수 없는 작가다”면서 “헤밍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볼 수밖에 없는 책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제작과정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70년대 한국 내에서 헤밍웨이와 관련된 책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소교수는 1989~1990년에 걸쳐 하버드대학 방문교수 겸 포스닥코스를 밟는 시절 5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복사했다.

너무 많은 양을 복사하다보니 주변 눈치는 물론 복사기가 다운되기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의 의지와 집념, 그리고 열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 책에 실린 19개 사진을 허락받기 위해 뉴욕의 헤밍웨이 담당 변호사를 비롯해 보스턴 존에프케네디 도서관과 연락하는 등 기초과정이 6개월 넘게 걸렸다.

공군사관학교 교관시절 미국에서 헤밍웨이와 관련된 책이 교보문고에 꽂힌다는 소식을 듣고 진열되자마자 가장 먼저 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전북대 앞에서 미국에서 복사해 온 책을 제본하다 일부가 잘려나가는 바람에 2001년 8월 하버드대학으로 다시 건너가 20여권을 복사해 온 일도 있다.

2006년 5월 집필에 몰두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새벽 2시건 3시건 일어나 작업하기를 밥 먹듯이 했다. 여러 권이나 되는 분량을 한권으로 압축하다보니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 교수는 출판 기념회를 갖지 않았다.

이 사회에서 얻은 지식을 집대성해 후진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어서였다.

동료 영문학 교수인 한 지인은 “50년 만에 처음 나온 책이지만 너무 완벽하다”면서 “앞으로 이를 능가할 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호평했다.

소 교수는 지난 6월 중앙대에서 열린 ‘헤밍웨이와 세계어문학회’ 정기총회 및 학술발표회에서 만장일치로 6대 회장에 선출되는 영예도 안았다.

‘헤밍웨이와 세계어문학회’는 헤밍웨이를 중심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의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으로 1998년 창립됐다.

소 교수는 “영미 어문학을 중심으로 세계 어문학의 연구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도모 하겠다”면서 “특히 미국 헤밍웨이 학회와의 자매결연을 추진해 세계헤밍웨이 문학연구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소 교수는 대한영어영문학회 회장, 한국헤밍웨이연구소 소장, 한국헤밍웨이학회 부회장, 미국소설학회 헤밍웨이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헤밍웨이와 세계어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엄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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