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 '눈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장기 연체 채권 166건 소각
10년 이상 빚 고통을 받고 있는 채무자들을 살리기 위해 한 금융소비자단체가 빚 제로 운동을 벌이고 있어 반응이 주목된다. 과도한 약탈적 부실채권 제한할 규제 법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민금융 보호와 금융소비자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동 활동기구인 ‘금융소비자네트워크(네트워크)’는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과 함께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희망살림이 매입한 119명의 장기 연체 중인 채권을 완전 소각했다.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인 부실채권 소각 캠페인을 위해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대부업체로부터 10년 이상 장기연체 채권 166건을 매입해 이날 불에 태워 없앤 것이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매입한 166건의 채권 잔여원금은 4억6700여 만원으로 이 채권을 매입하는 데 소요된 비용은 1300여만원이다. 채권 100만원 당 3만원인 셈이다.
이렇게 헐값에 채권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연체된 채권들을 금융기관이 대부업체 등에 헐값에 팔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헐값에 매입한 채권들은 대부업체이 온은 압박과 법강제집행 등을 통해 채무자들로부터 원금 등을 받아 챙긴다.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는 결국 벼랑끝으로 내 내몰리면서 범죄나 자살 등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네트워크한 관계자는 “네트워크의 ‘빚 제로운동’은 미국의 월가에서 벌어진 ‘롤링 주빌리 운동’ 방식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시민단체인 ‘월가를 점령하라’는 2012년 11월부터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의 빚을 탕감하는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롤링 주빌리란 일정기간마다 죄를 사하거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 전통에서 유래된 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세모녀의 죽음, 가족동반자살과 같이 최근 연이어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회안전망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채무자를 끊임없이 약탈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금융권, 금융소비자보호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0년이 넘은 채권이나 면책 받은 소멸된 채권까지 거둬 추심하고, 소멸시효가 끊임없이 연장돼 죽어서도 대물림되는 채권 장사를 하면서 채무자들을 도덕적으로 해이하다고 몰아세우는 사회적 시선을 거둬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네트워크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거래 시장의 과도한 약탈적 거래를 제한할 규제 법안·제도 마련 및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률을 개정, 채무자들의 새 출발이 가능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