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부과체계의 정상화

예수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배진희 교수

2014-07-14     배진희

보험료 부과체계 동일기준 필요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제도 시행 12년만인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을 달성하여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단기간에 전국민 건강보험을 달성하였지만 초기의 보험자 형태는 그리 탄탄하지 못하였다.
지자체 단위의 지역의료보험조합 220여개와 사업장 단위의 직장의료보험조합 130여개의 보험자로 운영되어 사회보험의 안정성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많은 논의를 거쳐 2000년 7월 현재의 통합된 건강보험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건강보험의 통합을 서두르다보니 보험자는 하나로 구성되어 있고, 보험혜택을 받는 기준 또한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음에도, 보험료 부과기준은 지역, 직장, 피부양자 등으로 구분되어 여러 부담 유형으로 나뉘어진 채 운영되어 왔다.
이에 따라, 실직하여 소득이 없어지거나 감소함에도 보험료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생기며, 자녀가 직장에 다니느냐의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내기도 하고 안 낼 수도 있게 된다.
또 직장에 다니는 부모 밑에 태어난 아이는 보험료 부과대상이 아니지만 실직으로 직장이 없는 부모 밑에 태어난 아이는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집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120만명은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는 반면, 얼마 전 동반 자살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송파 세 모녀는 집도 소득도 없는데 월세 38만원과 가족수에 보험료가 부과되어 월 5만 천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이처럼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한해 5,700만 건에 달할 정도로 많은 민원을 유발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보험료 민원을 상담하는 공단 직원들은 곧 부과체계 개선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성난 민원을 달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근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어 보건복지부에 태스크포스팀이 설치되었음에도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다.
그런데 논의의 초점을 보면 소득만으로 부과할지, 재산을 가미할지, 점진적으로 할지, 일괄적으로 할지 등에 대해서만 논의되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보험집단에서 동일한 보험혜택을 보면서도 7가지 그룹으로 나뉘어, 사람에 따라 제각각 적용되고 있는 불형평한 부과기준에 대해 '동일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동일기준에 의한' 보험료 부과체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비중있게 거론되는 키워드는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비정상적으로 다원화돼 국민들에게 불신을 주고 있는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형평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일관된 부과방식을 적용하여 부과체계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