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살처분인가

2017-03-29     전북연합신문

AI로 인해 도내 양계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과거엔 이런 바이러스는 경험해 보지 못했다. 왜 이런가. 집단밀식과 과도한 항생제 처방으로 조류들이 바이러스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비단 조류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생산된 육계 및 계란을 사람이 먹는다. 과연 인체에 영향이 없는 것일까. 민물에서 양식되는 장어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밀식으로 인해 피부로 감염된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막무가내’식 항생제 투여는 사실 ‘독’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익산 동물복지농장의 살처분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아닌 말로 법전과 조례 및 법령을 근거로 판결했겠지만 이게 능사는 아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과연 밀식양계농가와 무엇이 다르고 생산과정을 면밀히 관찰해 인간에 유해성을 가려야 한다.
무조건적인 살처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제3의 지역의 파급을 억제하기 위해 살아있는 생물을 인간의 논리로 생죽음 및 생매장을 하고 있다. 동물과 식물도 인간처럼 영혼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죄를 짓고 지옥 불에 떨어지려고 이런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살처분 후 정신적 충격에 시달린다고 한다. 멀쩡히 살아있는 생물을 예방적 처분 없이 편리성을 이유로 죽어야 하는 어린 조류(닭, 오리 등)까지 싹쓸이 살처분에 대한 분명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익산농장의 경우 동물복지를 통해 건강하고 신선한 유계를 생산해 왔고 사실 이 농장에선 한 마리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피해예방을 위해 3km이내 농장의 육계를 무조건 살처분 집행은 납득이 안 간다. 이 농장 주인은 닭들은 ‘애’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자식처럼 키운다. 세월호의 아픔에 버금가는 살처분에 농장의 ‘애’들은 어찌하란 말인가.